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내놓은 경제 운용 계획과 중소기업 종합대책을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우리 나라 경제의 체제가 여러 차례 바뀌었건만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작년 말에 내놓았던 5%대로 고수했다.
 그대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애초에 전망했던 3% 내외에서 3%대 초반으로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는 50억~60억달러에서 200억~250억달러로 대폭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의 경제 현상이 성장률이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뚜렷한 연관성을 띠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호조, 그것도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특수가 이끄는 극히 불안한 실적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이고 성장률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와 소비를 두 축으로 하는 내수는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뒤져 있던 내수도 덩달아 회복되며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수출은 수출대로, 내수는 내수대로,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에 버금가는 5%대의 성장이라면 그럴 듯해 보이나 지금처럼 수출과 내수가 단절돼 서민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극히 일부 업종의 수출 특수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높은 성장률은 공허할 뿐이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도 그렇지만 수출도 업종별로 명암이 확연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성장률 몇 %는 논쟁거리가 안된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각 경제 부문이 골고루 잘 돌아가고 그 결실이 국민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는 내실이 중요한 시점이다. 자금의 선순환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환란 이전의 60% 수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은행 돈은 무조건 끌어쓰고 보자는 예전의 관행과 달리 기업들이 현금을 대거 보유한 채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