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핀란드 야르벤빼라 중학교 학생들이 생물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활용해 학습앱으로 배우고 있다. / 김금란·이지효<br>
핀란드 야르벤빼라 중학교 학생들이 생물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활용해 학습앱으로 배우고 있다. / 김금란·이지효<br>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김금란] 핀란드 한 중학교 8학년의 영어문법 시간, 학생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다. 이날 수업은 학습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어순(語順)과 어휘(語彙)를 배우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휴대폰으로 학습 어플리케이션에 동시 접속해 온라인 게임을 하듯 수업을 즐긴다. 지루하고 딱딱한 영어문법 시간이지만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활력이 넘친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획취재 차 들른 핀란드에서 본 수업장면이다. 이 수업을 담당한 영어 교사는 휴대폰을 활용한 수업의 장점으로 '학생들의 흥미유발과 빠른 피드백, 높은 수업 참여율' 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시행되는 있는 국가교육과정 목표로 7가지의 핵심영역을 제시했다. 이 핵심영역에는 그림, 도표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리터러시 능력과 정보통신기술 활용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함양도 포함됐다. 핀란드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은 어느 학교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날 이 학교의 생물수업도 학습앱을 통해 이루어졌고 학생들은 노트북을 이용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교현장은 어떤가. 휴대폰 보급이 일반화 되면서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학교가 많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생활규정(교칙)을 만들어 학생들의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어느 학교는 등교 후 수거하고 하교 시 돌려준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고교는 월요일 등교 시 휴대폰을 걷어 금요일 하교 시에 돌려주기도 한다. 만약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고 사용하다 적발 되면 벌점이 부과되기도 하고 사용금지 기간이 늘기도 한다. 심지어 입학하면서 학교에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학교도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에서 연초에 발표한 교원인식조사 결과, 교원 96.9%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이들은 학습 및 교육활동 방해(41.6%)를 반대 이유로 꼽았다. 물론 학생들의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시력 저하와 안구건조증, 거북목 증세, 수면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공격성 증폭, 사이버 폭력 증가, 사회성 발달 저하 등 사회적인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하지만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규제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융합과학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목표로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인재 양성'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학습자의 '학습경험의 질 개선을 통한 행복한 학습구현'을 비전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국가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부분에서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교육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 학교현장에서 IT 교재를 활용한 수업 활성화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활용 능력을 높이고 스스로 사용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