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개량한복과 정통한복. / 연합뉴스
개량한복과 정통한복. / 연합뉴스

[중부매일 기고 정석윤] 추석연휴도 끝났다. 추석은 늘 풍요로움을 상징이다. 중국의 중추절, 미국의 추수 감사절도 같은 날이다. 한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풍성한 수확 앞에 감사의 마음을 신과 조상에게 전하는 날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자연이 안겨다 준 신성한 결실 앞에 인간은 그냥 숙연하고 감사할 뿐이다.

최근 명절연휴기간에 우리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 입장을 둘러싸고 '전통 한복'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지자체에서 변형된 한복을 국적불명으로 보고, 관련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맞춰 한 언론에서는 국내 최대 한복 거리로 꼽히는 서울 광장시장에서 이 '전통 한복'의 실태 파헤쳐 우리들을 아연질색케 만들었다. 국내 한복 기술자들이 중국에서 맞춰온 한복의 라벨을 떼고 국내 맞춤 한복으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국내 최대 한복 거리로 맞춤 한복 매장들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 광장시장 한복거리, 이곳 맞춤 한복업체들은 손님이 고른 원단과 치수를 한복 작업실에 보내, 제작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업체마다 전통 장인들의 손길을 강조해 왔다.

기성 한복 뿐 아니라 일부 맞춤 한복까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이들 일부 업체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제작을 맡긴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태컷 이들이 강조했던 장인정신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일컬으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일정한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장인'라고 불렸는데, 이것은 우리민족의 정신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철저한 장인 정신과 직업 윤리의 한 표현이었다. 그럼 이들은 장인이라기 보다 '봇다리 장수'로 불리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물론 최근 관광객과 한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통 기술자들이 대폭 줄어든 것도 중국에 맡기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백 년 동안 우리 장인들의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온 한복제조 전통 기술 명맥까지 자본논리에 휘둘려 그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시장경제 논리의 맞춤 한복이 문제라면 그 수요를 확대함으로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K팝 등 대중문화와 인기를 동반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 전반에서 그 소재를 끊임없이 접목해 문화관광 컨테츠에 브랜드화된 한복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그 수요를 내국인과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양복처럼 평시에 입어도 전혀 거리낌이 없도록 글로벌화할 수는 없을까? 우리 한복이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일상, 내일을 함께할 수 있는 현재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가져 우리 한복이 일년에 명절과 전통혼례 등 몇번만 겨우 입는 옷이 아니라, 매일 입는 일상복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시월에는 한복문화를 알리기 위한 한복문화축제 '한복의 날'이 있다. 이번 추석 명절부터는 한복을 입음으로서 전통한복 시장이 부활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깊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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