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작업능력평가 기준 완화로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 급증
중증 비율 80%이상 생산성 떨어져도 일반기업 잣대로 적용
충북 22곳 750명 근무 경영여건 열악...협회 정부지원 요구

청주의 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근로자들이 부품조립, 박스 접기 등 단순 임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 김미정
청주의 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근로자들이 부품조립, 박스 접기 등 단순 임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보호작업장은 장애인근로자 10명 이상, 중증장애인 비율 80% 이상인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말한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올해 최저임금 적용제외 기준이 완화되면서 충북도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이 인건비 부담 가중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작업능력평가를 통해 장애인의 생산성이 비장애의 90% 미만이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내주는데 올해 70% 미만으로 기준을 낮춰 최저임금적용제외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란 일반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통해 일자리와 임금을 제공하는 시설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이면서 생산활동을 하는 '작업장'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시설'에 준하는 규제와, 일반기업에 적용하는 노동법 규제를 이중으로 받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충북에는 22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750명의 장애인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은 근로사업장, 보호작업장, 적응훈련시설로 나뉘는데 도내 근로사업장은 '보람근로원'(복사용지 생산) 1곳, 보호작업장은 21곳이며, 적응훈련시설은 없다. 보호작업장은 근로장애인 10명 이상, 중증 비율 80% 이상이어야 한다.

다음달 고용노동부 심사평가를 앞두고 있는 청주 보호작업장 '춤추는 북카페'에는 장애인 30명(발달장애 1~3급)과 비장애인 8명이 함께 일한다. 장애인근로자들은 부품 조립, 종이박스 접기 등 단순 임가공작업을 통해 한달에 25만원을 받는다. 부품 하나를 완성해 받는 돈은 20원. 장애인근로자 1명이 하루에 보통 250개를 완성해 하루에 5천원, 한달에 12만5천원의 수익을 낸다. 비장애인근로자가 1시간30분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이다.

'춤추는 북카페' 관계자는 "오래 집중을 못하고 숫자를 10 이상 세지 못한다"면서 "장애인재활프로그램과 병행해 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빵과 쿠키를 만드는 '충북재활원'(청주 소재)은 올해 평가에서 '최저임금적용제외대상'으로 분류됐지만 내년 4월 평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충북재활원에는 장애인근로자 15명과 장애인훈련생 35명, 직업훈련교사 10명이 일한다. 장애인근로자 전원이 중증장애인으로 월 25만~53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충북재활원 관계자는 "쿠키 100개를 만든다고 할 때 장애인근로자가 만드는 정상제품은 그중 10개"라며 "장애인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면 우린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이는 장애인들의 일할 기회를 오히려 줄이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표> 충북도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현황
시설유형 시설명 주요 생산품
근로작업장 보람근로원 복사용지
보호작업장 충북재활원 제과, 제빵
프란치스코의 집 화장지
예심하우스 해조류, 포켓티슈, 임가공
직지드림플러스 사무용 양식류
〃  춤추는 북카페 커피
이룸의 터 물티슈
하늘재 돈가스
담쟁이 보일러 이음관 조립
희망일굼터 상장 케이스 
WELCO PCB 수삼 임가공
ZAN 종이컵, 상장케이스
살림터 허브차
제천시장애인보호작업장 현수막
세하앤 쿠키
옥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 제과제빵, 종량제봉투
영동군장애인보호작업장 현수막
진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 정수기 부품조립
청주나누리푸드 식자재 유통
나눔의터 현수막, 인쇄물, 재생토너
제안원 안마 

 

중증장애인 비율이 80% 이상으로 생산성의 한계가 있는데다가, 근로능력이 높은 장애인들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다른 장애인들의 임금과 훈련수당을 충당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등 경영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자리를 줄일 경우 장애인들의 실업사태도 우려된다.

이규하 충북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은 "최저임금을 주면 좋지만,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다"며 "일반기업처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생산성'보다는 '일자리 제공'과 '재활 지원'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희철 청주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도 "장애인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국가대표에 나가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가혹하다'고 평가한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복지와 경영이 합해있는 개념이라 일반기업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며 일터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경계했다.

충북 등 전국 17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내달 하순께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적용제외대상 기준완화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협회는 장애인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 상향(3~5%) 등을 제안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에 따르면 직업재활시설 수익금은 2015년 1천247억원에서 2017년 1천103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임금은 2015년 52만8천원에서 2017년 56만7천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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