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에서 작별의 악수를 하는 동안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에서 작별의 악수를 하는 동안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최동일] 갈수록 팍팍해지는 경제상황과는 다르게 화해 분위기가 물씬했던 남북관계로 인해 다소 마음의 위안이라도 갖고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2박3일 북한방문 일정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것처럼 '통일'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아도 남북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크고 중대한 현안이다. 하지만 남북정상에 대해 환영일색이었던 북한과 달리 화면으로 이를 지켜본 남쪽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현실이었다. '우리는 하나'라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남북 대치라는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갈리는 것처럼 평양과 백두산에서의 남북정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었을 것이다.

평양남북정상회담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본 이들 가운데에는 흑금성 박채서씨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공작'으로 20여년 만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감회속에 회담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는 뛰어난 대북 공작원이었음에도 '이중간첩'이라는 오명속에 한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남북합작의 효시나 다름없는, 그가 촬영을 성사시킨 상업광고는 남과 북이 손을 잡는 내용으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남과 북이 서로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던 시절에 파격적이랄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낸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비춰질 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산가족과 그 후손들의 애절함과 간절함을 더욱 사무치게 만드는 남북관계 개선은 본질적인 민족의 동질성외에도 경제협력이라는 큰 틀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체제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문호를 열려는 것도 경제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고 보면 경제협력은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라는 '발등의 불'이 단계를 뛰어넘으며 잇단 파격속에서 관계개선의 판을 만들기는 했어도, 이런 이유로 올 봄부터 시작된 남북관계의 새 국면은 많은 이들에게 긴장감과 함께 기대 심리를 갖게 하고 있다.

반면 정상간의 만남을 바탕으로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려는 남북관계를 불신과 불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70년을 넘긴 분단의 시간이,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반목과 적대로 점철됐던 양측의 관계가 다 정리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만큼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남북분단 시점에서 머물러 있는 이들을 비롯해 한반도의 현 상황과 남북의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은 있는 그대로 존중돼야 할 것이다. 다만 전세계가 경제전쟁을 벌이는 글로벌 시대에 남북이 함께 나아가기 위한 걸음에는 흔들림도, 머뭇거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부장
최동일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영화 '공작'이 남북의 과거를 오늘의 과제로 재탄생시켰다면, 최근 개봉된 영화 '명당'은 남북의 미래를 오늘의 과제로 제시했다 할 것이다. 땅의 기운을 빌려 사람의 운명을 바꿔보겠다는 인간들의 탐욕을 그린 이 영화는 시절과 순리에 맞게 땅에 순응해야 진정한 '명당'을 얻는다고 말한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지만 새 성장 동력원을 찾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북한'은 지금 필요한 '명당'일 것이다. 허나 이 영화가 땅을 찾는데 조급함은 금물이라고 말하듯이 서두르고 앞서가려다 보면 뒷탈이 생긴다. 하나씩, 한걸음씩 살펴가야만 한다. 하지만 현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조급함은 이같은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 일에 민족의 명운이, 한반도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고 빈틈없이 차분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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