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2016년 12월21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KTX오송역 광장에서 열린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촉구 대정부규탄대회'에 참석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도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신동빈
2016년 12월21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KTX오송역 광장에서 열린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촉구 대정부규탄대회'에 참석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도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기고 김석민]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조조가 죽은 후 위왕을 계승한 조비는 조식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한편 지으라" 하고 못 지으면 극형에 처하겠다고 했다. 조식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었다. '煮豆燃豆箕(자두연두기/콩을 삶는 데 콩대를 태우는 구나)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가마솥 안에 있는 콩이 울고 있구나)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上煎何太急(상전하태급/어찌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

충청의 광역단체들이 KTX 세종역과 관련하여 분열의 조짐이 있다. 특히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말을 잠시 새겨보면 오송역은 과포화 상태이고 세종역 신설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한다. 집권 여당의 대표이고 세종시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말이기에 그 영향력은 가볍지 않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세종역은 충청권의 합의에 의한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는데 합의에 의한다는 것은 다수결이 아닌 충청권의 의사 일치를 말한다. 즉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광역단체들 중 어느 누가 반대를 한다면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최근 들어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마치 충북을 제외하고 충청권은 찬성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 가고 있는 그림을 경계하며 걱정스럽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충청권의 합의를 우선하였고 이때의 합의는 다수결이 아닌 충청권 전부의 동의를 말한다. 따라서 세종역 신설 추진을 하는 것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공약을 같은 당 대표가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세종시는 민주당이 만든 도시"라며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며 세종역 신설의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시작한 역사적 일이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어깨를 같이 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첫걸음이었다. 세종시의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명분하에 세종역의 신설은 세종시 스스로 탄생의 이유와 철학을 잊고 독식하고 군림하는 모습을 갖게 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 또한 노무현 정부 당시에 총리를 지낸 이해찬 대표는 노 전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세종시의 기능 개선을 위해서는 주거환경 개선과 오송역과 세종시간 교통의 불편이 없도록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고,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길이 정도(正道)이며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합의를 위한 토론과 소통을 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 소통이 세종시를 탄생시킨 노 전대통령의 뜻이었고,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충청권의 합의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전현직 두 대통령의 뜻과 공약을 보면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간의 공조와 협력을 우선하고 충청권의 합의를 존중한 모습이 아름답다. 두 대통령의 뜻과 공약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충청권의 공조와 협력의 상징인 '세종역 저지'를 흩어 버리고 세종역 신설을 위해 충청권의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 시점에 다시 한번 칠보시의 구절을 새겨 본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어찌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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