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는 시골쿠키점
영혼없는 시골쿠키점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9.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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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대형마트 제품 재포장 판매 의혹 '미미쿠키'. / 연합뉴스
대형마트 제품 재포장 판매 의혹 '미미쿠키'. / 연합뉴스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일본 오카야마 현 북쪽 '가쓰야마'라는 작은 마을 주고쿠 산지에 있는 폐교에는 부부가 운영하는 '다루마리' 빵집이 있다. 대표 메뉴는 천연균으로 만든 효모인 주종(酒種)을 써서 발효시킨 '식빵'. 평균 빵값은 400엔으로 비싼 편이고, 일주일에 3일은 문을 닫고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간다. 경영이념은 '이윤 남기지 않기'다. 이런 이상론에 젖어있는 빵집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08년 2월 지바 현 이스미 시에서 시작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쓰야마로 옮겼지만 여전이 이 집 빵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빵집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빵을 구으면서 틈틈히 책도 썼다. 그가 펴낸 책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다. 와다나베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치는 세상이 싫어 자신의 생활을 지켜나가며 삶의 균형을 찾고자 빵집 '다루마리'를 열었지만 자본주의 논리를 탈피하기 힘든 점이 그를 고뇌하게 했다. 그래서 그의 시골빵집은 전혀 다른길을 걸었다. 단순함을 추구하고 이윤을 버렸으며 토종 자연재배 쌀을 사용하고 이스트나 첨가물 없이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어 팔았다. 올바른 재료로 당당하게 '비싼' 가격에 파는 시골빵집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착한가게'가 됐다.

이런 빵집이 꼭 일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 제천 청풍에는 건강한 빵을 만드는 '물태리 빵집'이 있다. 빵집주인은 서울에서 내려와 제천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시골에 작지만 알찬 빵집을 열었다. 화학첨가물은 전혀 넣지않고 프랑스산 발효버터와 천연버터만 사용해 그날 팔 양만큼만 만들어판다. 알음알음 소문난 빵집은 청풍의 명소가 됐다. 작년에 금수산 갔다가 들렀던 기자도 식감이 깊고 풍부한 그 집 빵맛을 잊지 못한다.

충북 음성엔 부부가 운영하는 '미미쿠키'라는 시골쿠키점이 있다. 음성 쿠키점은 '다루마리 빵집'처럼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재료로 만든 마카롱과 케이크로도 유명한 집이다. 회원 수만 10만여 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농라마트'에서 명성을 얻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소개되면서 매장 앞에는 직접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부인이 직접 직접 마카롱을 만들고 케이크를 구워내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유기농 수제품이라는 말에 엄마들이 앞다퉈 주문했다. 고객이 대량생산되는 브랜드 쿠키대신 굳이 시골쿠키점을 찾은 것은 만든이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하지만 부부는 주문이 폭주하면서 흑심을 품었다,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에서 쿠키를 사와 재포장해 팔았다. 쿠키뿐만 아니라 롤케이크 역시 대형 제빵회사인 SPC삼립의 제품을 포장지만 바꿔 수제제과로 둔갑시켰다. 금방 들통 날것을 왜 몰랐을까. 돈에 눈이 멀어 영혼을 판 것이다. 2006년에 개봉한 코미디 환타지 영화인 '스트레인저 댄 픽션(Stranger than Fiction)'에서는 연인이 만들어준 맛있는 '쿠키' 한조각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남녀 주인공의 운명을 바꾼다. 빵이든 쿠키든 먹거리엔 양심과 진심이 담겨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면 말할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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