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 최정심


과일가게에서
웃고 있는 건 너뿐이구나.

손님마다 한 다발씩
제일 많이 손이 가는 건.

노란 입꼬리 살짝 올리고
웃는 모습이 예뻐서일 거야.

웃어봐, 그렇게 환하게
모두 다 바나나처럼
그럼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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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br>
최호일 시인

이 시는 동시다. 시월 하늘이 푸르니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다. 동시를 잘 쓰기는 더 힘들다. 성인들은 하도 때가 묻어 동심의 세계로 완벽하게 망명하기가 힘들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웃고 있는 것은 바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웃는 얼굴을 보면, 누가 웃더라도 사위나 며느리 삼고 싶어진다. 따라서 사람들은 '손이 가서' 집어 들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나나 다발은 우리네 손을 닮았다. 시인은 이걸 묘하게 한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장치해 놓았다. 이 시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다. 아무튼 바나나는 매일 웃는다. 바나나를 보면 '다 잘 될 것'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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