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눈치. / 클립아트코리아
눈치.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아침뜨락 이종완] 사람은 눈치를 주고받는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눈치를 보며 산다. 눈치는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이다.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재빨리 눈치를 채고, 눈치껏 알아서 처신할 줄 아는 처세술이 높게 평가된다. 눈칫밥을 먹고 살아서 상황 대처 능력이 탁월하고 상대방의 욕구와 욕망에 잘 반응한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의도나 돌아가는 상황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척하면 삼천리' 유형의 사람을 부러워한다. 눈치가 없는 사람은 눈치가 없는 것만큼 세상살이가 버거울 수 있다.

눈치를 보는 행위에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내포되어 있다. 눈치를 보는 행위의 목적성을 자신에게 둘 때 눈치는 이기심, 거짓, 상대방을 내 의도대로 조정하여 무시하고 농락하려는 마음으로 나타난다. 눈치를 보는 행위의 목적성을 상대방에게 둘 때 눈치는 이타심, 진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타난다. 눈치를 보는 행위의 목적성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질 때 눈치는 부정성으로 평가되고, 눈치를 보는 행위의 목적성이 상대방에게 초점이 맞춰질 때 눈치는 긍정성으로 평가된다. 눈치의 부정성에 쓰여 지는 에너지는 관계 형성에 독이 되고 비생산적이지만, 눈치의 긍정성에 쓰여 지는 에너지는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고 생산적이다.

살면서 잘못을 하거나 죄를 짓게 되면 눈치를 보게 된다. 잘못을 가슴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죄 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계산적인 심리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때 눈치 보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쥐새끼처럼 눈치만 보는 행동에서 진정성 있는 참회를 기대하기 어렵고 상대방을 농락하려는 비열하고 교활한 마음만 드러난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 체면 손상에 따른 수치스러운 마음에 빠져있게 되면 눈치 보는 행위를 멈출 수 없다. 눈치는 잘못을 참회하는 시간보다 잘못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잘못에 대한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합리화로 포장하기 급급할 때 나타나는 눈치는 역겹고 추악하다.

눈치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 속에서 벼락이 치듯 삶에 파고든다. 김영국 작가는 말한다. "마음이 과거에 머물면 다음과 같은 친구들이 몰려옵니다. 후회,원망,한탄,미움,슬픔,괴로움,아쉬움,속상함,분노. 이 친구들이 몰려오면 우리의 삶은 금방 불행해지게 됩니다. 마음이 미래에 머물면 다음과 같은 친구들이 몰려옵니다. 걱정,근심,두려움,불안함,건강,염려증,막막함. 이 친구들이 몰려오면 앞날이 캄캄해지듯 무기력해집니다." 과거의 시간 속에 얽매여 후회하며 살거나 미래의 시간 속에 얽매여 불안감을 끼고 살게 되면 눈치 보는 행위를 피할 수 없다.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은 아닌지 삶을 성찰하는 시간과 함께 일상을 들여다볼 일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눈치를 보는 사람에게서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삶의 중심을 지금 현재에 두고 살게 되면 눈치 보는 행동을 멀리할 수 있다. 어떤 시행착오와 잘못을 가슴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나오는 눈치는 상대방에게 준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을 덜어내 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흔들리거나 서두르는 법이 없기 때문에 눈치 보며 살 일이 없다. 눈치 보며 살지 않는 사람다운 삶은 매 순간 마음의 수양으로 완성된다. 눈치를 보며 살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시간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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