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미래다] 4. 스웨덴 창업생태계
창업지원전담 공기업 ‘비노바’, 체계적 지원‧지속성장 기여
심사요건에 '글로벌화' 평가 내수시장 협소에 경쟁력 키워
‘알미’ 통해 실패땐 대출상환 일부 국가부담 등 사회안전망

스웨덴 혁신청(비노바)는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눈길을 끈다. 로비 모습. / 김미정
스웨덴 혁신청(비노바)는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눈길을 끈다. 로비 모습.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스웨덴의 일자리정책은 '창업과 혁신적 중소기업 지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누구나, 어떤 업종이나 정부에 초기 지원자금을 신청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실패해도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있어 실패에 대한 부담도 적다. 여기에다 창업지원전담 공기업이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

협소한 내수시장으로 인해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경쟁력을 갖춰 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 창업성공사례인 음악스트리밍서비스기업 'Spotify(스포티파이)'는 2006년 2명이서 창업해 현재 900명이 일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고, IT컨설팅업체 'Netlight(네트라이트)'는 공대생 6명이 시작해 1천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 창업지원 전담 공기업 '비노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번화가에 위치해있는 '스웨덴 혁신청(VINNOVA·비노바)' 전경. 일부 층을 사용하며, 195명이 근무해 스웨덴사회의 창업지원을 하고 있다. / 김미정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번화가에 위치해있는 '스웨덴 혁신청(VINNOVA·비노바)' 전경. 일부 층을 사용하며, 195명이 근무해 스웨덴사회의 창업지원을 하고 있다. / 김미정

기업혁신부 산하에 스타트업 지원 전담 공기업 '스웨덴 혁신청(VINNOVA·비노바)'이 있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2001년 설립돼 혁신과 연구, 지속성장 진흥을 담당하고 있다.

매년 160개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정부 R&D 예산의 6.7%를 집행한다. 2015년 기준 총 592건의 창업·혁신부문 프로젝트에 3천340만 유로(한화 435억원)를 지원해 67개 스타트업 인큐베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스타트업 관련 정책은 80가지에 달한다.

스톡홀름 본사에 195명의 직원이 일하고 유럽연합,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에 5명이 파견돼있다.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젊은층이 몰리는 최대 번화가에 위치해있고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비노바 관계자는 "비노바는 혁신을 위한 스웨덴의 정부기관으로 혁신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서서 일하거나 카페분위기의 소규모 회의실 등에서 일한다.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서서 일하거나 카페분위기의 소규모 회의실 등에서 일한다. / 김미정

비노바 정책의 특징은 누구나, 어떤 종류의 창업이든 초기 지원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제안서, 자금운용계획서 등을 제출하면 혁신청에서 이를 외부전문가와 함께 심사해 지원한다. 1년에 2번 선정하며 지원규모는 아이디어, 경험, 경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1천300여개 스타트업이 신청해 그중 18%인 250곳이 예산지원을 받았다.

일바(Ylva) 비노바 혁신경영부 책임자는 "예산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얘기를 들어보면 자금도 도움이 됐지만 비노바 사업에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을 갖게 하고 거래처 확장 등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고 피력했다.

비노바는 또 지역별로 지원기관의 인큐베이팅프로그램을 통해 사업계획, 비즈니스모델, 자금조달계획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사업 지원, 교육 및 투자 지원, 네트워크 구축 지원, 사무실 및 인프라 구축 지원도 하고 있다.

심사과정에서 '글로벌화 가능성'을 평가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들의 인큐베이터 입소 심사요건에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의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비중있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스웨덴이 인구 1천만명으로 내수시장이 작아 창업초기부터 글로벌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혁신청(VINNOVA·비노바)' 건물 1층 모습. / 김미정
'스웨덴 혁신청(VINNOVA·비노바)' 건물 1층 모습. / 김미정

 

# 창업실패율 35%…실패부담 적어

스웨덴의 활발한 창업토양 위에서도 3곳 중 1곳은 5년내 실패를 맛본다. 스타트업의 실패율은 35%다.

하지만 실패해도 개인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돼있고,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재도전을 이끌어낸다.

사회안전망으로는, '알미(Almi)' 라는 정부의 스타트업 대출기관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창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창업성공시 100% 상환이지만, 실패시에는 일부만 상환하도록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알미는 아이디어에서 성공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설립의 모든 단계에 걸쳐 자문서비스, 대출, 벤처캐피털을 제공한다.

이외에 실업수당(월급의 80%), 육아휴직수당(월급의 80%), 공부수당 등 다양한 수당 지원을 통해 실패해도 휴직기간을 갖고 재도전하도록 소득을 보존해주고 있다.


# 평등 중시…세계혁신지수 1위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로비 모습. / 김미정
‘혁신’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로비 모습. / 김미정

스웨덴은 세계혁신지수 1위로, 창업기업 수가 전체 기업의 7%에 달한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속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점이 스웨덴을 세계적 혁신국가로 만들었다. 

18~64세 경제활동인구 중 창업 42개월 이하의 스타트업에 종사하거나 또는 창업단계에 있는 인구는 독일 5.7%, 핀란드 6.5%, 영국 6.9%, 스웨덴 7.2%로 스웨덴이 유럽 최고치다.

스웨덴은 인구 100만명당 스타트업 배출이 5.52로, 룩셈부르크(14.9)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  

 

#인터뷰 - 일바(Ylva) 비노바 혁신경영부 책임자
"정부
·민간투자 활발···스타트업 성공 이끌어"

 

일바(Ylva) 비노바 혁신경영부 책임자. / 김미정
일바(Ylva) 비노바 혁신경영부 책임자. / 김미정

"스포티파이(Spotify·음악스트리밍서비스기업)나 에릭슨(Ericsson·이동통신장비업체) 같은 창업한지 오래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지원금을 내놓으니 창업지원예산이 넉넉한 편입니다."

일바 스트렌더(Ylva Strander) 비노바 혁신경영부 책임자는 창업지원에 있어 정부뿐 아니라 민간영역의 투자도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성공한 창업기업이 스웨덴사회의 창업을 더 활발히하기 위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거나 지식·정보 등을 나눠주는 방식이 트렌드 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창업선진국으로서의 성공요인으로 높은 교육수준, 실패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 정부 지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 실패율이 35%인데 미국시장이 더 빨리 실패하는 편입니다. 성공할 게 아니라면 빨리 실패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스웨덴은 실패해도 포용하고 재도전하게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요."

실패했다고 해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도전하게 돕는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도 창업을 쉽게 하는 요인이란다.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의 이미지, 스웨덴의 국가브랜드 자체를 '혁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스웨덴사회에서 '혁신'은 원동력이고, 스웨덴 혁신청(비노바)은 그 혁신을 이끌어내고 발전시키는 역할입니다."

일바 책임자는 비노바의 역할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사회에서 혁신이란 'Key to Survival(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정의했다.

"혁신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대부분 '타임(시간)'과 관련이 있어요. 살아남기 위해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오는 '혁신'이 있고, 여유가 있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혁신'이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회사도, 갓 창업한 회사도 혁신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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