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 문학박사

제2회 대학입시 생생박람회가 7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학입시를 앞 둔 수험생들이 진로지도교사와 1대일 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입시박람회에는 전국 56개 대학의 상담부스 운영과 수도권 대학 등 33개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 김용수
제2회 대학입시 생생박람회가 7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학입시를 앞 둔 수험생들이 진로지도교사와 1대일 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입시박람회에는 전국 56개 대학의 상담부스 운영과 수도권 대학 등 33개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열렸다. / 김용수

[중부매일 중부시론 한병선] 흔히 사람들은 우리의 대학입시를 '입시지옥'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일까. 관점을 살짝 돌려보면 오히려 '입시천국'에 가깝다. 대학 진학률을 보면 답은 단박에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 정도로 단연 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약간 높은 정도가 아니다.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뿐인가, 등록금만 들고 가면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도 전국에 넘쳐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교를 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도 이를 우려해 대학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정도면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입시천국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입시지옥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사회가 정말 입시지옥일까?

우선 입시지옥이란 말을 통계적 이해 없이 사용하거나, 사회?문화적 이면의 배경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수치적으로 보면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결코 경쟁적이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당장 등록금만 들고 가면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이 얼마든지 있다. 향후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간이 갈수록 대학에 들어가기가 더 쉬워진다는 의미다.

외국은 어떨까. 유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보다 더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른다. 예컨대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입시는 거의 전투라고 표현해도 이상할 정도가 아니다. 중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북경대나 칭화대를 포함하는 9개 대학(C9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경쟁한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모들까지 나서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도울 정도다. 우리는 구구단을 외우지만 이들은 연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19단을 외운다. 미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다트머스 대학 등 명문 아이비리그를 가기 위해 경쟁을 한다. 영국도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런던대학을 가기 위해 역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런 상황인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한국이 왜 입시지옥인가.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겠지만 이는 역설적 접근이다. 입시지옥으로 표현할 만한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학교는 전국의 모든 대학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서·연·고·서·성·한'이라는 상위권 대학, 즉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결국 입시지옥이란 문제는 왜 '서연고, 서성한'에 보내려고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학벌숭상의 문제를 봐야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개인의 사회적 영역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입학할 수만 있다면 재수, 삼수를 불사하는 대상이다. 사회적 결속 네트워크도 매우 강하다. 이뿐이랴,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후광효과도 크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우리 사회의 '학벌숭상 의식'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실질을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의식 속에는 여전히 막노동을 해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해 왔다. 그 결과 모든 면에서 학벌이 중심이 되는 사회시스템이 고착화되었다. 그렇다면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 혹은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입시지옥이란 말은 학벌숭상에 대한 의식의 변화 없이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사회가 입시지옥이라면 그 이면의 학벌숭상주의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학벌숭상주의는 유죄, 입시지옥은 무죄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