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영대 독자·세종시

지난 1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유방가옥~해미읍성으로 이어지는 아라메길 1구간을 찾은 관광객들이 트레킹을 즐기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2014.05.02 / 뉴시스
지난 1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유방가옥~해미읍성으로 이어지는 아라메길 1구간을 찾은 관광객들이 트레킹을 즐기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2014.05.02 / 뉴시스

[중부매일 독자편지 이종대] 지난 주말 중·고교생인 아이들과 함께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삼존불이 있는 충남 서산 가야산을 다녀왔다. 가야산은 산이 높지 않고 계곡을 끼고 있으며 마애삼존불을 비롯 보원사지터, 개심사등 백제 문화유적지가 많아 산책하듯 걷기에 알맞은 곳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원효대사깨달음길'이었다.

가야산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보원사터 앞으로 흘러내려가는 계곡이 용현계곡인데 이곳 사람들은 '강댕이골'이라 부른다. 강댕이골 초입에 벙싯거리는 웃음으로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은 10여년전엔 유물보호 이유로 보호각을 씌워 놓아 아쉬웠으나 이번엔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하지만 보원사지터쪽으로 올라 가면서 길이 헷갈렸다. 이정표를 보니 길이 제각각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애매했다.

코스 이름만 해도 내포문화숲길, 서산아라메길, 백제의 미소길, 원효대사깨달음길등 하도 여러가지라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코스도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래서 용현자연휴양림 입구에서 관리인에게 길을 물었더니 그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관리인은 "왜 이렇게 길이름이 많이 붙여놨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결국 당초 목표로 했던 원효대사깨달음길은 포기했다. 그 길로 걷다가는 아라메길로 잘못들어 산을 헤메다가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 택시타고 되돌와야할 판이었다.

제주도를 걸으려면 '올레길'만 찾으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 여러 지역을 거치는 지리산둘레길도 코스번호만 알면 찾기 쉽다. 하지만 서산시는 중첩된 길이지만 이름은 모두 다르게 붙여놨다.

지역을 홍보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이곳을 찾는 도보여행자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생각할지는 모른것 같다. 공무원위주의 사고방식이 길 이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바로 이런점때문에 좋은 길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것 같다.

걷기좋은 가을 주말, 계곡수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나무가 울창한 풍경이 수려한 숲길을 걷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지못했다. 서산시가 길 이름을 통일하고 코스도 단순하게 한다면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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