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왼쪽)이 2일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상대로 국가재정정보시스템 접속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 장관은 심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과 관련해 "비인가 영역에 들어가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자료는 반납해달라"며 공방을 벌였다. 2018.10.2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왼쪽)이 2일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상대로 국가재정정보시스템 접속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 장관은 심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과 관련해 "비인가 영역에 들어가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자료는 반납해달라"며 공방을 벌였다. 2018.10.2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자유한국당 심재철의원의 청와대 예산 정보 유출 논란으로 여야갈등이 증폭되며 연일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심 의원은 지난 2일에도 "재정시스템 관리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도 기장(장부) 입력 시 업종 누락을 가장 많이 했다"고 밝혀 논란을 이어갔다. 심 의원이 제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재부가 가장 많은 15억5천292만원, 청와대는 4억147만원, 국무조정실은 1억6천79만원, 과학기술부는 7천925만원의 업종기재를 누락했다. 장부에 기재할 수 없는 업종이라면 업무추진비가 올바르게 쓰여 지지 않았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도 있다. 혈세가 얼마나 엉망으로 사용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기밀자료를 빼돌린 것은)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난했지만 이는 본말(本末)을 전도(顚倒)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만약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동일한 업무추진비에 대해 청와대는 허용이 되고 지자체는 안 된다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번 쟁점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심 의원의 정보취득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과정에서 원칙을 준수했느냐이다. 정보취득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시각이 상반된다. 기재부가 검찰에 고발한 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업무추진비 등의 부정사용 여부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심 의원은 청와대가 업무시간과 무관한 심야 및 주말에 2억4594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근무체제'여서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관광성 해외연수 지원, 주점·공휴일·심야시간대 사용, 동료의원 선물 구매, 동호회 활동비 지원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펑펑 쓰는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한정된 곳간에서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업무추진비 몫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해 끊임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규정에 맞지 않게 주말·공휴일, 심야에 사용하거나 심지어 속칭 '카드깡' 수법으로 업무추진비 일부를 현금화한 뒤 유용한 의혹을 받은 자치단체장도 있었다. 업무추진비는 말 그대로 공적 업무에 필요한 용도로 써야 하지만 '눈먼 돈'처럼 쓰면서도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니 '고비용 저효율 행정'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청와대가 적폐를 청산하려면 업무추진비 문제를 자료유출범죄로 희석시킬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도 경각심을 갖게 되고 세금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윗물이 탁한데 아랫물이 깨끗해 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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