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김현식 단재교육연수원 파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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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스승 공자는 그가 살았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절실하게 필요했을 용기(勇)를 군자가 갖추어야 할 마땅한 도리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와 관련하여 '논어'(論語)의 여러 곳에 수차례 언급된다. 재미있는 것은 용기(勇氣)를 말할 때 마다 그의 제자 자로(子路)가 등장하는데 천둥벌거숭이 자로에 의해 스승의 근엄함은 대책 없이 무너지기도 하고 요즘 교단의 척도로 가늠하면 매우 위험한 수위의 호된 꾸지람이 방출되기도 한다.

자로가 자신의 용기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공자께 묻는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시게 된다면 누구와 더불어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다(暴虎馮河)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다. 모름지기 일을 맡으면 삼가고 두려워하며 주도면밀하게 도모해서 반드시 성공 시키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

용기에 대해 이런 언급도 있다.

"군자에게 용기만 있고 의로움이 없다면 난(亂)을 일으키게 될 것이며, 소인배라면 도둑질이나 하게 될 것이다." 즉 용기는 그저 두려움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의(義)에 마땅한 일을 할 때만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어떤 땐 자로의 과한 용기를 '별 쓸모가 없다'거나 '명대로 살기 어렵겠다'는 꾸지람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정작 당시 대부들이 제자들의 역량에 대해 공자께 물었을 때, '자로는 국가의 삼군(三軍)을 충분히 통솔할만한 사람이며, 말 한마디로 옥사(獄事)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이며, 약속한 일을 다음 날로 미루는 법 없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고 매우 후한 평을 내린다. 특히 '말 한마디로 옥사를 정리할 수 있다.' 함은 자로의 판단을 사람들이 신뢰하여 불만 없이 따른다는 말로 제자 자로의 사람됨에 대한 스승 공자의 깊은 믿음을 드러낸 표현이기도 하다.

그랬다. 자로의 용기에는 의로움(義)과 명분(名分)이 있었고 말을 하면 반드시 실천하는 신의(信義)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충고를 흔쾌히 인정하고 수용하는 참다운 용기가 있었다. 그러므로 포호빙하(暴虎馮河) 하는 만용의 아이콘으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주곤 했었지만 공자문하의 수많은 제자 중 걸출한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당당하게 자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현식 단재교육연수원 파견

올해는 남북 관계에 기적 같은 소식들이 많았다.

문서로 남은 남북공동선언문이 아니더라도 백두산에 오른 두 정상 간 맞잡은 손과 환한 웃음에서도 절제된 의(義)와, 무한의 명분과, 깊은 신의가 묻어나 숙연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기적 같은 일정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많은 준비가 있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두 정상의 태산 같은 용기가 중심축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의(義)가 있는 용기, 명분(名分)이 뚜렷한 용기, 민초(民草)에 90도 허리를 굽히는 용기, 목숨을 건 절대적 용기에 깊은 신뢰와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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