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 정문 전경. / 신동빈
청주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 정문 전경. / 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아파트'는 서민들에게 전 재산일 수도 있다. 서민들이 자신의 명의로 낸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려면 오랫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등골을 휘게 하는 거액의 대출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분양받을 때 입지와 가격도 꼼꼼히 따지지만 브랜드도 중시한다. 하지만 일부 건설업체는 이 같은 입주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최근 준공검사를 끝낸 청주 방서지구 중흥 S-클래스 아파트 단지가 그런 케이스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중흥 S-클래스 아파트가 부실시공 논란으로 입주자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민원내용을 살펴보면 청주시가 어떻게 이런 아파트를 준공 검사해주었는지 그 배경의 의심스러울 정도다.

입주예정자들이 지적한 하자내용을 보면 요즘에도 이런 아파트가 분양되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아파트 진출입로 일부는 막혀있다고 한다. 집 벽이 튀어나와 가구를 들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거실 유리창 벽에 구멍이 뚫려 있고 제대로 움직이는 창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싱크대 배관공사도 안 돼 물도 못 트는 입주자도 있었다. 심지어 소방시설(스프링클러)도 설치 안 된 집이 많은 데 준공 허가 해줬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만약 입주예정자들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입주민들의 안전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청주시 입장이다. 담당 공무원은 "감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잘 지어진 것으로 보였다"며 "건물을 사용하는 데 위해가 있거나 안전상에 큰 문제가 없다면 준공 승인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소방시설도 제대로 안된 아파트가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입주자 눈에는 보이고 공무원 눈에는 안보였다면 한쪽은 거짓말했거나 착각한 것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중흥건설의 부실시공 논란은 청주뿐 아니다. 2016년 4월에는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에 1만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집 거실과 주방 바닥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화장실 벽의 타일이 떨어져 나간 경우도 적지 않지만 하자보수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입주자들로부터 70억 원대 소송을 당한 전례도 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문화가 도입된 지 50년이 훨씬 넘고 시공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부실시공이 판을 치고 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브랜드 홍보'에는 돈을 물 쓰듯 하면서도 막상 시공과 사후관리는 엉망이다. 단지 디자인과 평면설계는 그럴 듯하지만 내부는 하자가 많아 입주민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품아파트'를 짓겠다는 장인정신과 경영윤리는 뒷전이고 오로지 분양률을 올리는데 혈안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처벌이 강화됐어도 행정기관에서 눈 감으면 있으나마나한 법이다. 입주자들이 재시공이 필요하다며 각종 하자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아파트를 '잘 지어졌다'고 한다면 누가 청주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아파트에도 l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시스템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준공검사를 마친 아파트가 하자투성이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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