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 45-기도 / 김명

수유3동 강북시장 아치형 간판 옆에 에이스부동산 옆에 송월한미타월 옆에 제일샷시부속 옆에 천하명당 로또슈퍼
오후 다섯 시 십팔 분 동그란 유리 테이블 앞에 머리를 뒤로 꼼꼼히 단정히 당겨 묶은 꽁지머리 저 여인
신중하다
검정 싸인펜은 골똘히 천천히 필살의 한 획을 그으며 위에서 아래로 그 옆 칸으로 사십오 개의 숫자 중 선택 받을 우주의 암호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험을 보듯이 삶의 마지막 생명줄 움켜잡듯이 그분께 보내고 있다

...................................................................

최호일 시인<br>
최호일 시인

어느 날 시인은 강북시장을 지나고 있다. 강북시장은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 있다. 그는 그곳의 풍경을 유리 창자 속처럼 하나하나 보여준다. 그곳은, 처음에 독자는 도무지 눈치를 못 챘겠지만 서민들의 삶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러다 그 끝에서 아연 한 여자에 집중한다. 철저히 계산된 복선이다. 그녀는 로또복권을 사서 기도하듯이 '우주의 암호를 그분께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명 시인은 '딸꾹질' 연작을 쓰는 시인이다. 딸꾹질은 기도에 잘못 들아간 공기를 뱉는 행위다. 기도가 피를 토하듯 유리 테이블 위에 튄다. / 최호일 시인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