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청소년들 일상어로 자리잡아

생크림·쿠키.
씨유 '이거레알 반박불가'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인정? 어인정' 쿠키&생크림 케이크.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청주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A씨는 대학생 자녀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해석 좀 부탁해" 라는 답신을 자주 보내게 된다. 자녀들이 답변으로 'ㄱㅅ', 'ㅇㅈ', 'ㅇㅇㅈ', 'ㄴㄴ' 등 한글 초성으로만 보내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초성어'가 일상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ㄱㅅ'은 '감사'의 초성어이고 'ㅇㅈ'은 '인정', 'ㅇㅇㅈ'은 '어, 인정'로 읽힌다. 

심지어는 영어와 결합한 초성도 쓰이고 있다. 'ㄴㄴ'은 'nono 아니다', 'ㅇㄱㄹㅇ'은 '이거 레알(real·진짜)', 'ㅃㅂㅋㅌ'는 '빼박캔트'로, '빼도 박도'와 영어 'can't(할 수 없는)'를 붙여 '빼도 박도 못한다'는 뜻이다.

아예 이름을 초성어로 붙인 제품도 등장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CU'는 지난해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라는 부제를 단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ㄷㅇ? ㅇㅂㄱ(동의? 어, 보감·'동의보감'을 이용한 언어유희)' 등의 부제를 단 후속 제품도 출시했다. 편의점 디저트의 주요 소비층인 102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얼마 전까지 유행한 줄임말은 처음 접했을 땐 뜻을 바로 유추하기 어려웠지만 많이 쓰이다보니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얼짱(얼굴이 '짱' 잘생긴 사람), '강추(강력 추천)' 정도의 줄임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 만들어진 초성어는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을 때 초성어를 자주 사용하는 대학생 김모(19)양은 "빠르게 답장할 수 있고 편해서 자주 쓰지만 간혹 너무 많이 초성어를 사용해서 못알아 들을 때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초성어는 쉽고 빠르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게임 채팅 창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쓰인다. 이용자들이 자주 쓰는 단어를 쉽고 빠르게 입력하다 보니 중성과 종성을 제외하고 초성만을 사용한다. 

'ㅈㄴㄱㄷ'는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주로 댓글을 달 때 앞머리에 붙여 '지나가다 댓글을 남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ㅈㄱㄴ'는 '제목이 곧 내용'을 줄인 '제곧내'다. 음절 줄인 말도 어색한데 그마저도 압축해버렸다. 'ㄱㅆ'과 'ㄷㄱㅆ'은 각각 '글 쓴'과 '댓글 쓴'의 초성으로, '글쓴이'와 '댓글 쓴 이'를 의미한다.

난무하는 초성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언어 파괴'라는 의견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신조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54)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못알아들을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지만 언어가 단절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박모(43)씨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초성어는 컴퓨터 채팅, 스마트폰 메신저라는 환경 변화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직접 사용해보면 편리성도 있고 재미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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