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미래다] 5.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가보니
지자체마다 일자리센터 운영 크고작은 채용박람회 수시로
실업기간 90일 제한 정책에 일터경험 등 실무역량 높여
정규·비정규직 임금 수평체계·실업수당 300일 국가 보장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한 벽면에는 구직성공자들의 명단을 붙여놓고 구직을 독려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BASUN' 청년일자리프로젝트 통해 2016년 10명, 2017년 67명, 2018년 8월 현재 127명이 일자리를 잡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 김미정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한 벽면에는 구직성공자들의 명단을 붙여놓고 구직을 독려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BASUN' 청년일자리프로젝트 통해 2016년 10명, 2017년 67명, 2018년 8월 현재 127명이 일자리를 잡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스웨덴 일자리정책의 핵심은 청년실업자와 장기실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의 고용노동부 격인 중앙정부 산하 고용서비스청(Arbetsformedlingen)에서 18∼24세 청년실업자, 장기실업자, 이민자 등 3그룹에 대해 우선지원·집중지원을 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일자리센터를 두어 지역에 맞는 구직활동과 직업훈련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스웨덴 인구가 1천만명으로 적다 보니 우리로 따지면 구(區)마다 일자리센터가 촘촘히 있는 셈이다.

다양한 규모로 채용박람회가 수시로 열리는 점,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이 탄탄한 점도 특징이다.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의 채용박람회 등 채용정보게시판. / 김미정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의 채용박람회 등 채용정보게시판. / 김미정

#청년·장기 실업 해결에 초점

스웨덴 일자리지원정책은 취업취약계층, 특히 청년실업자 완화와 장기실업 방지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5세 미만 청년구직자가 2008년 대비 46%나 급증하고 2014년 청년실업률이 25%에 달하는 등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2015년 '90일 일자리보장정책'을 내놓았다. 90일 안에 구직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실업상태기간에 제한을 둠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이 이뤄졌고 구직률을 끌어올렸다.

다양한 청년고용지원제도 중 일터경험프로그램도 보편화돼있다. 민간과 공공기관에서 최대 6개월까지 인턴십을 보조하는 것으로 실무역량을 높이고 도 높일 수 있다.

고용서비스청 안더 교수는 "스웨덴은 휴가기간이 두달로 길어서 빈 일자리를 방학때 학생들이 많이 채운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일에 대한 적응시간도 갖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진학률이 40%로 대졸자들은 취업이 수월해 취업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주에 위치한  봇쉬르카시(市) 일자리센터(Jobbcenter i Botkyrka). / 김미정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주에 위치한 봇쉬르카시(市) 일자리센터(Jobbcenter i Botkyrka). / 김미정

#스톡홀름 전역에서 매일 채용박람회

일자리센터는 스웨덴 21개주, 290개 지자체마다 있는데 인구가 적다보니 우리로 따지면 구(區)마다 하나씩 있는 셈이다. 우리는 17개 광역시, 226개 시·군·구가 있다.

지리적 접근성이 높아 구직자들의 방문이 잦다. 실질적인 구인구직 중개업무, 직업훈련교육 등은 지방고용서비스청에서 맡고 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근교에 위치한 봇쉬르카시(市) 일자리센터(Jobbcenter i Botkyrka)에서는 청년실업탈출프로젝트가 한창이다. 15~24세 청년구직자를 주 타깃으로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BASUN'이라는 일자리사업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BASUN' 프로젝트 통해 2016년 10명, 2017년 67명, 2018년 8월 현재 127명이 일자리를 잡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고졸 중퇴자를 대상으로 구직활동 지원, 이력서 작성방법 교육, 진학상담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일자리센터에서 직원 10명이 일한다.

인구 8만명의 봇쉬르카시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채용박람회가 수시로 열린다. 지난 9월 27일에는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기업 40~50곳이 참여하는 채용박람회가 열려 수백명이 몰렸다.

기업 1곳만 참여하는 채용박람회 등 규모가 다양하다. 직종도 창고일부터 사무직, 간호조무사까지 폭넓다.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안더 교수는 "일자리센터가 동네마다 있다고 보면 되고, 스톡홀름 전체로 보면 거의 매일 채용박람회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에서 구직상담을 하고 있다. / 김미정
스웨덴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에서 구직상담을 하고 있다. / 김미정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실직한 경우에는 국가에서 실업자 수당으로 300일동안 월급의 80%를 지급한다. '실직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백수수당으로 하루에 365크로나(한화 4만5천600원)씩 300일간 국가에서 지급한다.

실직후 300일이 지나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용서비스청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면 65세까지 실직수당이 지급된다.

평등을 중시하는 스웨덴사회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성별, 연령, 학력,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거리 모습. / 김미정
평등을 중시하는 스웨덴사회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성별, 연령, 학력,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거리 모습. / 김미정

#학력·연령·직급 따른 임금격차 크지 않아

최저임금은 국가가 아닌 노사가 합의해서 결정한다. 각 업계의 경영상황, 직무경험, 교육수준, 직급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체감 최저임금은 2018년 4월 기준 시급 172크로나, 우리 돈 2만2천원이다. 우리의 최저임금(7천530원)에 비해 3배 가량 많다. 옷가게 점원 등 리테일업계는 128크로나, 한화 1만6천원이다.

평등을 중시하는 스웨덴사회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원칙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성별, 연령, 학력, 근속연수 등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취약계층의 취업을 우선 지원하는 점도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장선이다. 주40시간 근무로 초과근무 등이 없다. 김미정 / 스웨덴

 

 [인터뷰] 요한 안더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교수

"고용주·근로자 동등한 구조···실무경험·전문성 중시"

 

요한 안더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교수. / 김미정
요한 안더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 교수.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스웨덴은 한번 채용되면 해고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을 채용할 때 신중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한번 채용되면 마음 편하게 정년까지 일하는 구조입니다."

봇쉬르카시 일자리센터에서 일하는 요한 안더 교수는 스웨덴의 고용구조를 이같이 요약했다. 이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사업주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채용을 꺼린다고 귀띔했다.

그는 2006년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일하다가 서강대를 거쳐 한국외국어대에서 6년간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스웨덴으로 돌아와 고용서비스청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스웨덴 컴백'을 결정한 이유는 한국의 불안정한 일자리 탓이었다.

"한국에서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하니까 스트레스가 크더라고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니까 앞으로 미래를 생각하게 돼서 스웨덴으로 오게 됐어요."

정년보장에 해고 걱정이 없는 스웨덴사회에서 살아온 안더 교수는 한국사회의 만연한 비정규직 채용구조에 대해 의아해했다.

"한국은 고용주가 '갑', 근로자가 '을'이지만 스웨덴은 근로자 권리가 강한 나라로 근로자 중심 문화입니다.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속에서 상사랑 의견이 다르다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채용과정에서 학벌과 스펙보다는 실무경험과 차별화된 능력, 전문성을 중시한다고 언급했다. 일자리센터에서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목적이다. / 김미정 / 스웨덴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