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7%·국산 가격 1/4불과...국내 생산량 '반토막'
경대수 의원 "재배면적 38% 감소·자급률 36% 급락"

청주시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8도를 기록한 7일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산덕리의 한 농가에서 마당에 널어둔 홍고추 위로 그늘 막을 덮고 있다. 이 농부는 "11시가 지나면 볕이 강해 고추가 다 상한다"며 "입추가 왔는데 이게 무슨 난리냐"며 폭염의 기세에 혀를 내둘렀다./신동빈
청주시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8도를 기록한 7일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산덕리의 한 농가에서 마당에 널어둔 홍고추 위로 그늘 막을 덮고 있다. 이 농부는 "11시가 지나면 볕이 강해 고추가 다 상한다"며 "입추가 왔는데 이게 무슨 난리냐"며 폭염의 기세에 혀를 내둘렀다./신동빈

[중부매일 서인석 기자] 저가 수입 냉동고추의 물량공세로 국내 고추농가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관하고 있고, 국내 식품업계 기업들 역시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70%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건고추, 고춧가루 등과 달리 수입 냉동고추는 관세가 27%에 불과해 저가수입이 가능하며, 이렇게 수입된 냉동고추는 국내에서 해동 및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건고추와 고춧가루로 둔갑해 국내 고추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국회 경대수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한국당·증평·진천·음성)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냉동고추의 수입물량이 최근 5년간 35%가 증가했다. 특히 가공된 냉동고추는 국내산의 1/4 가격에도 못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냉동고추 수입량은 16만 7천836톤에서 2017년 22만 4천655톤으로 늘었고, 냉동고추를 건고추로 가공 후 판매하면 국내산 건고추 가격의 24%에 불과하다. 냉동고추를 고춧가루로 가공 후 판매하면 국내산 고춧가루의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 의원은 냉동고추의 저가공세로 고추자급률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최근 5년동안 고추생산량은 반 토막이 나 국내 고추산업기반이 붕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고추생산량은 2013년 11만8천톤에서 2017년 5만6천톤으로 6만2천톤으로 53% 감소했다. 고추재배면적은 2013년 4만5천360ha에서 2017년 2만8천327ha로 38%(1만7천33ha)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고추자급률은 2013년 63.2%에서 2017년 36.1%로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 의원은 국산고추를 외면하는 국내 식품업계 기업들 역시 고추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체 고춧가루의 국산 비중은 37.8%에 불과했다. 김치류에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총사용량 1만2천849톤에 달했으나, 국산은 54.6%(7천21톤)에 머물렀다.

고추장에 사용하는 국산 고춧가루 역시 전체 사용량(4천611톤) 15.2%(699톤)에 불과했다. 면류(라면)에 사용하는 국산 고춧가루는 0.4%(5톤·총사용량 1천114톤)으로 조사됐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 뉴시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 뉴시스

경의원은 정부가 WTO 체제 및 국내외 법령상 냉동고추의 수입 제한, 고춧가루 가공 금지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내 식품업계 기업들은 이미 국산고추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고추산업의 붕괴위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은 "농정당국이 대책으로 내세운 국산고추 소비홍보나 원산지표시 단속, 대기업의 국산고추 사용 유도 등은 실적이 없거나 아예 없다"며 "냉동고추의 관세를 올리기 어렵다면 냉동고추의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하고 국내산과 외국산 혼합사용을 금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들을 하루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은 이어 "국내 기업들이 국산고추 사용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 성격의 세제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내 고추농가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기 전에 수입 냉동고추를 제한하고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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