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최근 경기 침체 심화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면서 민생현안이 출범을 앞둔 민선7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 속에 청주의 한 전통시장의 매장에는 '점포정리'현수막을 내걸고 손님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김용수<br>
최근 경기 침체 심화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면서 민생현안이 출범을 앞둔 민선7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 속에 청주의 한 전통시장의 매장에는 '점포정리'현수막을 내걸고 손님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경제칼럼 이재한] 올 하반기 경제분야의 이슈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가장 뜨거웠던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었고, 최근에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부각된 '남북경협' 추진가능성이다. 가장 심각하면서도 잠복해 있고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현황을 간단히 짚어보면, 자영업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5%(2016년)으로 OECD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가지고 있고, 그 수도 약 550만 명에 달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전체 창업 자영업자의 72%가 5년 내에 폐업(2015년)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에 폐업을 한 자영업자는 이미 100만 명을 넘겼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액 추이는 2012년 355조원에서 2014년 407조원으로 400조원을 넘겼고, 다시 2년 만에 521조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그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상당 부분에서 처음부터 배태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령대별로 자영업자 추이를 보면, 2~40대의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50대와 60대의 퇴직자 등의 창업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들의 비중이 10년 새 급격히 늘었다. 50대는 20만 명, 60대는 27만 명이 늘었다. 이는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고령자들이 수동적인 창업을 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영업 창업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소액 창업이 늘고 있다. 2017년 8월을 기준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0.3%)이 2천만원 미만의 자금으로 창업하고 있는데 이는 2년 전에 비해 약 5%p가 는것이다. 특히 5백만 원 미만이 28.3%로 그 비중이 가장 높다. 영세 창업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패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 생계형 창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성장시키고자 하는 기업형 창업과는 비교가 되는 지점이다. 고령 은퇴자들이 소액으로 생계형으로 자영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주의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를 경험했고 그래서 호주정부는 취업지원센터와 창업지원센터를 통합 운영하여, 창업희망자가 센터를 방문하면 그 창업희망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창업을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취업처를 알선할 것인지를 판단해, 그에 맞도록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이러한 현실에 그래도 한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 8월의 정부대책에는 자영업자의 폐업·철거 지원을 강화하고 비과밀 업종으로 창업을 유도하는 등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방안을 통해 자영업자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측에 최저임금위원회 추천권을 주는 것도 포함하였고, 과밀업종 대신 비과밀업종으로 창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재창업 교육도 늘리고 멘토링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폐업한 영세자영업자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할 경우 월 30만원 한도로 3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등 취업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호주의 사례와 같이, 창업보다는 구직을 통한 취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다. 이 밖에도 구조적으로 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자 하는 방향의 정책도 마련되었다. 상가임대차계약 보호대상 확대, 상가권리금 회수 보호 강화 등을 통해 임차환경도 개선하고, 편의점 심야영업 부담 완화, 과당 출점경쟁 자율 축소 유도, 가맹계약 즉시해지 제한 등을 통해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내용도 추진키로 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아직은 정책을 준비하는 단계이고 정책 방향을 대폭적으로 전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책의 추진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잡은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에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즉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고려하기 보다는 폐업 시한을 늘리는 늦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지적이 아프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자영업자들의 진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반갑다. 앞으로 이러한 정부정책이 안정적이고 꾸준히 추진되기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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