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놀이. / 클립아트코리아
놀이. / 클립아트코리아

"노는 것 좋아하세요?"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고 주춤하며 '논다는 의미는 뭐지? 내가 노는 사람처럼 보이나?'라며 질문의 의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취미가 뭐예요?"또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세요?"라는 질문에는 금방 고급스런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지칭할 때 '잘 노는 사람이다'라고 하면 '재미있는 사람, 남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 실없는 사람, 근면하지 못하거나 성실하지 못한 사람' 등의 의미로 여긴다. 학교에서 '노는 아이'라고 하면 일단은 불량한 학생으로 단정한다. 이를 보면' 논다'라는 의미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실행되는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이 '놀이'를 아주 가치 있고 중요한 활동으로 여긴다. '놀이'는 이번 개정되는 누리과정뿐 아니라 초창기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부터 흥미중심, 유아중심 등과 함께 강조되었던 교육의 원리이다.

"철수야 놀~자" 골목에서 친구를 찾던 소리는 이젠 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몸 놀이보다는 전자 기기를 가지고 놀거나, 여럿이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친구 없이도 혼자서 노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기 힘든 것은 어제 오늘의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을 보면 어른들은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이들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쥐어주고, 값비싼 장난감을 한가득 사주기 때문에 다시금 놀이 중심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일상이고 생활 필수 조건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다. 즉 생활 속의 모든 현상이나 자극들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며 지내는 생활이다. 이런 생활 속의 자극들을 통한 경험을 받아들이거나 변형시키며 머리에 차곡차곡 쌓으며 아이들은 발달한다. 놀이를 통해 몸을 움직이며 신체적 발달이 이루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양보하고 배려하고 협동하는 사회성과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 가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인지발달이 이루어지는 등 온전한 사회의 인격체로서 필요한 모든 측면의 발달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생활과 같은 놀이를 제대로 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아이로 자라고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된다.

이제 유치원에서 놀이를 아이들이 온전하게 즐기도록 해야 한다. 시대마다 유행처럼 다가왔던 많은 교육이론이나 방법들이 있었다. 열린 교육이라며 모든 교실과 학교의 담장을 없애버리기도 하고, NIE 교육을 한다며 집안에 있는 모든 신문을 가져오라고 하기도 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한다며 폐품을 열심히 모으기도 했다. 그 때는 그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이 있었겠지만 그 훌륭했던 교육철학도 시대가 지나니 추억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 새로 모습으로 다가온'놀이 중심'교육은 유행처럼 흘러가는 교육과정이 아닌 유아교육 그 자체이며 본질이기를 바란다.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교사의 지도라 말하며 아이들 위에 전지전능하신 신처럼 군림하지 않고, 생활교육이라 말하며 아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한다고 통제하지 않고, 칭찬이라 말하며 착한 아이들로 길들이지 않는 온전히 아이들이 즐기고 행복해 하며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놀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성장을 기록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즐겨야 한다.

이제는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교사들이 소유했던 아이들의 시간을 아이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돌려줘야한다. '잘 놀 줄 아는 아이' 그 아이들이 이젠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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