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사.

[중부매일 김준기 기자] 영원할 것만 같던 무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무나 갑작스레 다가온 가을 앞에 마음은 싱숭생숭.

이럴 땐 모든 것을 훌훌 떨쳐 버리고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팔도강산 곳곳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많지만 숨이 탁 트이는 청량감과 엄마 품 같은 안락함을 주는 청양만큼 가을여행지로 제격인 곳도 드물다.

혼자도 좋고, 가족과 찾아도 좋은 청양의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 편집자

 

#상·하대웅전이 인상적인 천년 신라 고찰 '장곡사'

천년 고찰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12년(AD 850년) 보조선사 체징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국내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개이며 탑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국보 제58호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국보 제300호 장곡사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62호와 제181호인 상·하대웅전, 보물 제174호 장곡사철조비로자나좌상부석조대좌, 보물 제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 유형문화재 제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문화재를 여러 점 간직하고 있다.

사찰 입구에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수백여 개의 장승이 재현돼 있는 국내 최대의 장승공원이 조성돼 있어 이 또한 눈을 호강시키는 별경이다.

부릅뜬 눈이 더 친근해 보이는 장승은 마을의 수문장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덩그마니 서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길가에 세우거나 마을 이름을 나타내기 위해서 세웠다. 보통 마을 어귀에 남녀 한 쌍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장승공원(대치면 장곡리 장곡사 입구)은 전국 최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국내외 장승 350여개가 재현되어 있는 테마공원이다. 방문객이 장승조각가와 함께 직접 장승을 깎을 수 있는 장승체험관(☏041-942-2619)이 항상 열려있다.
 

 

#천주교 성지, 다락골 줄무덤에서 심신의 힐링을

천주교 성지로 불리는 다락골 줄무덤.

청양군 화성면 다락골길 78-2에 위치한 다락골 줄무덤 성지는 흥선대원군 집정 이후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할 무렵 홍주감옥에서 순교한 교도들의 친척들이 야간을 이용, 이곳으로 시신을 운구해 암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분묘에 줄줄이 모셨기 때문에 줄무덤이라 부르고 있다. 제1,2,3무덤에 총 37기가 묻혀있으며 1982년 11월 23일 청양 천주교회 방윤석 신부에 의하여 묘지가 정화되고 무명 순교자들의 묘비가 세워졌다.

김대건 신부와 더불어 최초의 유학신부이자, 김대건 신부에 이은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1821~1861)의 출생지로도 전해지고 있는 이곳은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이름이 높다.

또한 짧은 시간에 평화로운 골짜기를 걸으면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산책로가 알려지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일반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면암 최익현 선생 위패와 영정 모신 '모덕사'

모덕사.

조선 후기 애국지사인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우로 1914년 건립됐다.

현판의 글자는 고종황제가 내린 글 가운데 "면암의 덕을 흠모한다"는 구절에서 "모(慕)"자와 "덕(德)"자를 취한 것이다. 최익현 선생은 이항노의 제자로 문학과 도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철종 6년(1855)에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이 사헌부 장령까지 올랐다. 그러나 나라를 걱정하며 대원군의 정책을 비판하는 상소문을 여러 차례 올리고 흑산도에 유배되기도 했다.

또한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을사 5적을 처단할 것을 주장하였고 같은 해 일본의 죄상을 16개 항목에 적어 항쟁하며 전라북도 태인에서 의병을 모집, 일본군과 싸웠다. 그러나 일본 헌병대에 체포되어 대마도에 유배되었고 적군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며 단식하다 끝내 순국했다. 후에 그를 추모하는 사림들이 태인, 포천, 곡성 등 여러 지역에 그의 사당을 세웠다. 이곳 모덕사는 선생이 살았던 고택 옆에 마련된 사우와 많은 장서를 보존하고 있는 장서각과 선생의 유물을 전시하는 전시관이 함께 들어서 있다.

 

 

#마음에 풍경화 한 폭, 가을과 하나 되는 고운식물원

11만평 부지에 36개 테마 정원을 갖추고 있는 고운식물원.

일상에 지칠 땐 자연을 찾는 것만큼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없다.

다양한 야생화와 나무들이 색색으로 군락을 이룬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는 고운식물원은 37ha(11만평) 부지에 9천200여 종의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36개의 정원을 갖추고 있어 테마별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조각공원, 습지원 뿐만 아니라 잎에 꽃이나 무늬가 들어가 있는 식물로 구성된 무늬원, 꽃향기 가득한 장미원을 비롯해 비비추원, 목련원 및 원추리원 등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정원들이다.

또한 가족과 어린이 야외활동 공간인 잔디광장, 단풍나무원, 무궁화원, 수국원 등의 테마공원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미니 동물원과 '앵무새' 관람쇼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앵무새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관찰할 수 있다.

사계절 모두 매력적으로 변하는 이곳은 봄꽃을 보지 못하더라도 여름 식물을 볼 수 있고, 여름을 놓쳤다면 가을의 식물을 볼 수 있다. 겨울로 향하고 있는 깊은 가을인 지금은 화사한 꽃보다는 익어가는 화려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들이 마음을 유혹한다. 이곳엔 단풍나무가 390여 종이나 된다니 가을 단풍을 즐기기엔 제격이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오솔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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