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세명대외래교수

식사. / 클립아트코리아
식사.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아침뜨락 이성범] 오늘날처럼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은 거의 없었다. 아니 앞으로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관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다리가 있다면 아마도 식사시간이 아닌가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식사시간의 자리를 통하여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함께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하고 그 자리에서 음식을 서로 나눔으로써 섬김과 배려와 나눔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떤 이에게 무슨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뜻으로 사람들은 축하의 식사시간을 갖게 마련이고 또 누구를 환영하거나 이별하는 뜻에서도 그러하다. 혹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데도, 서로의 오해를 푸는 화해의 뜻을 위해서도 식사시간을 갖게될 때가 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얼마전 나는 두 분의 지인과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축제을 관람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 너무나 풍광이 아름다워 잠깐 쉬게 되었다. 그사이에 우리들은 서로의 관심분야만큼 분주하게 손과 시선을 움직였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인 한분은 사진작가이며 또 한분은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시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가 예술을 하는 분야는 같지만 관심분야에 따라 다양한 사고와 안목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보면 작은 메모지에 순간의 생각을 놓치지 않을려고 나름대로 메모하는 데 신경을 쓰는가 하면 사진작가인 지인은 한 사물을 보고 여러 각도에서 연실 셔터를 누른다. 내가 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같은 사물에 심지어는 다른 사물을 접목하여 새로운 사진을 연출하는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미술을 전공한 지인은 작은 메모지에 아름다운 자연을 스케치한다. 그는 색채와 사물, 음영, 등 구도를 중요시하며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며시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격없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짐작한 대로 여러 관심분야에 따라 사고의 발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세대 간의 차이도 있고 성별간에 차이도 있고 전공분야별로 차이도 있었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우리는 늘 식사시간을 갖는다. 일정한 영양분을 섭취하기위해서 말이다. 문제는 식사시간에 무엇을 먹느냐, 어디에서 먹느냐, 언제 먹느냐 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누구와 함께 어떤 의사소통을 하느냐 하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무릇 의사소통은 두 사람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 비언어 등의 소통 수단을 통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 사실, 정보, 의견을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위한 식사시간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 나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사고력을 확장시킴은 물론 사고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 상대방의 의견에 경청을 통하여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동시에 기대와 나눔을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식사시간의 만남을 통하여 나를 발견하며 형성시켜 인생과 인간의 가치를 재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께 본다면 식사시간은 단순한 끼니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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