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국회의사당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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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세상의 눈 김동우] 부끄럽다.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 수치심이다. 수치심의 결과는 양심의 가책이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심리다. 부끄러운 짓에 대한 스스로의 처벌이다. 대체적으로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난다.'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3명의 장수가 자살한 사건이 있다. 땅뺏기 싸움이 하루가 멀다 치러지던 기원전 중국 춘추시대 제(齊) 나라 때다. 사건의 요체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다. '복숭아 두 개로 무사 세 명을 죽이다.' 복숭아 두 개로 세 명의 장수를 죽였다고?

제나라가 진(晉)과 초(楚) 등과의 싸움에서 위력을 떨칠 때다. 장수들의 논공행상이 치열했다. 공손접(公孫接), 전개강(田開疆), 고야자(古冶子) 등 세 장수가 그들이었다. 정작 최고의 공을 세운 재상 안영(晏?)은 공 내세우기가 부끄러워 잠자코 있었다. 이런 안영을 그들은 무시까지 했다. 논공행상 짓거리가 극에 달하자 급기야 안영이 꾀를 냈다. 제후 경공은 장수들을 위한 만찬을 마련했다. 안영은 경공에게 불쑥 복숭아 두 개를 내놓았다. "두 개의 복숭아를 가장 큰 공을 세운 장수에게 주십시오."라고 귓속말로 전했다. 경공은 말했다. "큰 공을 세웠다고 자신하는 장수는 이 복숭아 하나를 먹어도 좋소. 두 개밖에 없소. 2명만 먹을 수 있소." 공손접이 잽싸게 복숭아 하나를 잡았다. 나머지는 전개장이 가져갔다. 꾸물거리다 복숭아를 차지하지 못한 고야자는 허탈감에 빠졌다. 고야자는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전공록(戰功錄)을 펼치며 그곳에 기록된 자신의 공을 읽었다. "폐하가 강을 건널 때 폐하 수레의 왼쪽 말이 도망쳤다. 고야자가 몸으로 물 흐름을 막았고 말을 붙잡아 와 폐하가 무사히 강을 건너도록 했다. 고야자는 적의 배후 응원부대를 격퇴했다. 공손접과 전개장의 무공(武功)은 결국 고야자의 공에 따른 것이다."

공손접과 전개강은 수치심이 일었다. 급기야 자살을 택했다. 양심의 가책이었다. 탐욕에 눈먼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고야자는 어찌 되었나? 역시 자살했다. 겸손하지 못한 자신을 가책하며 말이다. 더 큰 무공은 작전계획을 세운 안영에게 있는 데다 2명의 장수를 자살로 몰아넣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세 장수 모두 부끄러움에 졌고 그 대가로 죽음을 내놓았다. 그들 제거를 위한 경공과 안영의 계략이었는데도 말이다. 여하튼 그들은 부끄러움을 알았고 그 부끄러운 짓에 책임을 진 장수였다.

부끄러움을 알고 그 부끄러움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많은 사회, 분명 밝고 건강하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건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부끄러운 짓들이 즐비하다. 부끄러운 짓이 탄로 나면 그럴싸한 핑계가 왕왕거린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 부류는 무엇일까? 불문가지, 정치인이다. 법을 만드는 그들 상당수가 법을 어기면서도 그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역설적이다.

국회 청문회, 정치인 등의 부끄러운 짓을 밝혀내기 위한 제도다. 장관 인사 때 등 수시로 열린다. 크고 작은 부끄러운 짓을 잘도 끄집어낸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허사다. 내편 눈감아주기가 노골적이다. 설령 밝혀내도 구실과 핑계를 이기지 못한다. 당시 사회경제적 위치와 상황, 실수, 떠넘기기, 인륜 등 위법에 대한 변명이 참으로 구차하다. 뻔뻔함의 극치다. 결국 최종 결정은 권력자심(權力者心)에 좌우된다. 권력자는 국민의 대표 대신 말없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고 강변하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는 왜 존재하는가? 허수아비란 말인가? 정치인들의 특권인 사면(赦免), 이 또한 부끄러운 짓에 대한 완벽한 면피를 제공한다. '빽 없는 사람'은 위법에 일호의 가차 없는데 말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사회가 삐걱거리는 원인은 분명 정치 잘못에 있다. 정치가 사회구조 분야에서 선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사람의 길을 제대로 밝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政'자는 '바를 정(正)과 채찍질할 복"으로 구성됐다. '부끄러운 짓을 스스로 채찍질해 바르게 한다. '는 뜻이다. 정치인들! 스스로 회초리로 자신을 채찍질해 잘못을 바로잡고 있는지 반성해 봐라. 다른 사람이나 사회 잘못만 채찍질하는 회초리를 만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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