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일원으로 지난 16일 공주 중동사거리에서 연문광장까지 웅진성 페레이드를 진행했다. / 공주시<br>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일환으로 지난 16일 공주 중동사거리에서 연문광장까지 웅진성 페레이드를 진행했다. / 공주시

[중부매일 문화칼럼 이창근] "백제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비록 백제는 역사 속에 묻혔지만, 우리의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었고, 백제문화제를 통하여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지난 9월 15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제64회 백제문화제 개막식에서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전한 메시지다. 1500년 전 충남 땅에서는 찬란했던 웅진백제와 사비백제의 시대가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곳에서는 1955년부터 현재까지 열리고 있는 축제가 있는데, 그것이 '백제문화제'다.

백제문화제의 기원은 백제시대 왕과 충신들에 대한 제의(祭儀)로부터 출발했다. 백제문화제는 1955년 부여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부소산성(사비백제의 도성)에 제단을 설치하고 백제 말의 3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에게 제사를 지내고, 백마강 변에서는 사비성 함락 중에 강물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재'를 거행하며 시작되었다. 1966년에 이르러 웅진백제의 옛 도읍이었던 공주지역에서도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추모하는 웅진백제왕 추모제를 해마다 거행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백제문화제는 망국(亡國)의 원혼을 위로하는 제의에서 시작된 조촐한 형태였지만, 점차 제의적 성격에 여러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더하며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발돋움하였다. 또, 부여와 공주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는 축제기간에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궂은 날씨로 인하여 일부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하였으나, 무엇보다 추석명절과 맞물려 진행했던 예년과 달리 앞당겨 개최함에 따라 방문객이 급감하였다.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백제문화제의 개최시기는 관광수요 분석을 통해 세심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축제 콘텐트에서는 공주의 '웅진 판타지아'가 기존의 금강 미르섬에서 웅진성으로 장소를 옮겼다. 웅진백제시대 왕들의 이야기를 웅진성이었던 공산성에서 음악과 춤 그리고 백제의 시대상을 재현한 무대미술과 화려한 영상으로 연출하였고, 전문배우를 최소화하고 지역주민으로 출연진을 대폭 구성하여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고성(古城)을 활용하여 장소적 특성을 회복한 야외역사극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반면, (재)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올해 신규 프로그램으로 4억 원을 투입하여 금강과 백마강 변에서 '백제 멀티미디어쇼'를 선보였다. 레이저, 워터스크린, 불꽃 등의 기법으로 백제문화를 영상과 특수효과로 표현하였는데, '단방향적 쇼'로 국한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런 영상쇼는 주무대에서 진행되는 개막식, 폐막식이나 축하행사 등에서 이미 병행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유산의 실경(實景)을 활용하는 콘텐트가 아니라면 굳이 강에 거대한 워터스크린을 설치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공연관광상품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의 '인상시리즈'처럼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문화유산의 실경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어야만 관람객이 공감하는 '킬러콘텐트'가 될 수 있다.

이창근 문화기획자·예술경영학박사
이창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경우 에든버러성이라는 고성을 장소로 음악, 연극, 무용 등의 예술공연을 펼치며 시작된 축제인데, 역사와 문화유산이 소재가 되는 백제문화제의 경우에도 그동안 선보였던 프로그램들이 백제문화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축제는 결국 문화정체성이 중요하다. 백제문화제의 발생은 역사와 문화유산이고 지역주민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며 실질적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축제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주민들에게 자긍심이 고취될 수 있다. 결국 콘텐트와 그 축제를 만드는 조직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많은 외래 관광객이 충남을 방문할 2021백제문화엑스포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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