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제천 금성면의 한 야산에 폭우가 쏟아져 토사가 유출돼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무너졌다. / 금성면
제천 금성면의 한 야산에 폭우가 쏟아져 토사가 유출돼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무너졌다. / 금성면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이 도시엔 차가 없다. 대신 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자전거와 도시철도(트램)다. 당연히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걱정은 접어도 된다. 아마 미세먼지도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친환경 생태도시'하면 떠오르는 도시, 인구 20만 중소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얘기다.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는 우리에게도 낮 익은 도시다. 수년전 이 도시가 포스코 TV광고의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과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는 실개천 '베히레'의 아름다움이 인상에 남는다.

프라이부르크를 널리 알린 것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연평균 일조량이 1750시간으로 다른 지역보다 풍부해 태양광과 태양열을 이용한 에너지시설이 들어서 '태양의 도시'로도 불린다. 1975년 라인강 인근 빌 원전건설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되면서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 친환경에너지 개발이 시작됐다.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 후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핵에너지 사용에서 탈피해 태양 에너지를 새로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태양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나라다. 2000년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 지원법(EEG)을 시행, 정책적으로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태양광, 풍력 등을 중심으로 한 자급형, 분산형 전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전력 인프라 위에서는 특정 지역에 재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원전의 장기적 대체와 분산형 전력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 일본이 선택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원이었다. 일본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 옵션 중 태양광 발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흔히 풍력발전소와 태양광을 '착한 에너지'로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나쁜 에너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태양광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전국 산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면적은 2010년 30㏊에서 지난해 1천434㏊로 무려 47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만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산림이 없어졌다. 심지어 전국 1천640곳의 저수지에 수상태양광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가히 태양광 광풍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환경파괴가 대두되는등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면서 울창한 숲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숲이 사라진 산자락은 태풍과 집중호우에 붕괴돼 산사태를 야기하거나 인근 지역주민들의 논밭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 15~20년 주기로 발생하는 태양광발전설비 폐기물 처리대책도 시급해졌다. 무엇보다 태양광에너지 확대정책의 수혜가 친여권 성향의 협동조합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사업 보급대수의 절반이 운동권출신과 진보단체 인사가 주도하는 세 곳의 조합이 맡았다. 금액만 124억4천300만원이다. 누가 봐도 특혜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언젠가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국회 청문회로 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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