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절벽 속에서 8월 충청권 실업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실업.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사설] '청년 실신(失信) 시대'라는 말이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으나 취업을 못해 실업자가 되는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취업 준비과정에서 돈이 필요해 빚을 지는 것을 뜻하는 조어(造語)다. 이 같은 청년실신시대가 앞으로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에 짓눌린 대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자료가 나왔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학자금 목적 제외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대학생 대출은 올 7월말 기준 10만2천755건, 1조1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말과 비교해보면 대출 건수로 198%, 금액으로 78% 증가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학자금과 관계없는 대학생 빚이 1조원을 넘었다는 점이다.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다면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빚은 늘어나고 취업난은 사상 최악인 상황이라면 청년세대에겐 미래가 불투명하다.

1조원이 넘는 대학생 빚은 대체로 악성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받은 대출금은 차주의 연령과 상관없이 대출 시점에 차주가 직업란을 대학생으로 작성한 대출로 생활비 명목 등으로 추정된다. 대학생이 생활비를 대출로 조달하다보니 연체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4년 말 21억 원이던 연체액이 2018년 7월 말 55억으로 늘어 161.9%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체 건수 증가율도 339.5%에 달했다. 상당수 대학생이 직장도 잡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

이 와중에 고용시장은 여전히 한파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숙박·음식점 취업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8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고 있으며, 실업률도 9월 기준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황이다. 취업문이 넓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자리가 있어야 대출을 갚을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 마저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여전히 고용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청와대의 지시로 3만개 안팎의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청년층의 고용참사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일자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는 것이다. 이런식이면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실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시절 청년들 사이에선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일자리는 꿈도 못 꾸고 고작 비정규직이나 인턴밖에 할 수 없는 지옥 같은 나라라는 자조(自嘲)섞인 말들이 나왔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진보인사들은 '헬조선'의 모든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각종 경제지표와 청년취업 통계는 지금 정부와 비교해 그 때가 훨씬 호시절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년간 5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만 낭비한 채 취업난만 가중시키고 대학생들은 1조원이 넘는 빚을 갚을 길이 막연해 졌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대학생 부채는 대책 없이 대출을 받은 당사자도 책임이 있고 융단폭격 대출광고를 규제하지 않는 '빚 권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일 수도 있지만 정부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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