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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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중부시론 심의보] 한국 경제발전 모델은 '자본주의 개발국가(Capitalist Developmental State)'였다. 미국의 자유시장주의, 유럽의 사민주의, 소련의 계획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가 자본주의 원칙을 채용해 중산층과 시장을 형성시키고 수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모델이었다. 기업은 국가가 설정한 생산과 수출목표를 달성한다는 전제하에 노동과 외국기업, 외국 자본에서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는 수많은 규제와 개입을 통해 자유시장경제의 역기능인 부의 편중을 막고자 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순수 자본주의의 효율성이나 사회민주주의의 형평성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사태는 자본주의 개발국가가 성장과 분배 중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그 결과 국가주의는 시장주의자들과 계급주의자들에 의해 해체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는 국가주의 경제체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쳤기 때문에 맞게 됐다는 대내외의 분석과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던 대기업들과 함께 한국의 경제는 시장주의로 급선회했다.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을 기점으로 '국가주의' 논쟁이 일고 있다. 분배주의를 주장하는 국가주의가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국가주의에서는 개인의 재산권도, 계급간의 분배정의도 국익 앞에서는 양보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주의를 추구하다 보면 어느 한 계층이나 개인의 이해가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를 통해 국경이 급속히 무너질수록 국가의 존재와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세계의 자본과 기술·인력이 대거 몰려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장치는 결코 시장도, 노조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부실기업 정리, 금융 체계 재편을 포함한 모든 개혁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를 적용하고 발현되도록 했다. 덕분에 한국은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형편없이 망가진 경제를 이어받은 오바마 대통령도 시장의 원리에 따라 위기를 극복했다. 독일 슈뢰더 총리도 '어젠다 2010'이라 불리는 획기적 개혁 정책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대폭 높여 막강한 경제를 만들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무엇보다 창의와 자발성, 즉 시장의 힘을 믿었다. 중국 덩샤오핑도 막강한 국가의 힘을 시장에 양보하도록 했다.

이들 국가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힘'보다 '시장의 힘'이 더 유효하다고 믿었다는 사실이다. 그 반대를 믿었던 지도자는 거의 예외 없이 실패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취임 이후 일관되게 시장의 힘보다 국가의 힘을 더 신봉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이구동성으로 교육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학교선택권의 제한이며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평준화정책으로부터 시작하여 학교장 중심으로 생활지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두발을 교육청이 자유화 해주고 말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교육을 국가가 지배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교육관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육제도의 본질적 기능은 사람들의 학습을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구나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학습하는 것을 조장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2018년 노벨의학생리학상은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수와 미국의 제임스 앨리슨 교수에게 돌아갔다. 지금까지 한국은 노벨 과학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인재양성에서의 문제가 있다. 교육정책의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율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제한적인 정부 또는 최소한의 정부를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주의'의 개념을 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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