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사설]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유치원 교비로 노래방비, 숙박비로 쓰는 것은 예삿일이고 명품백과 성인용품까지 구입했다고 한다. 혀를 찰 일이지만 그렇다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부지원금과 학부모개 낸 돈을 '눈 먼 돈'처럼 써온 사립유치원 비리는 오랫동안 꾸준히 적발됐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국공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이라는 국가회계시스템을 쓰는 것과 달리 별다른 회계시스템 적용을 받지 않으니 불법과 비리가 난무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혈세를 쌈짓돈으로 쓴 사립유치원이 잘못이지만 회계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각각 의뢰해 제출받아 공개한 5년간(2013~2017년) 감사 결과 전국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된 모든 사립유치원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규모로 볼 때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불법의혹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 충북의 한 사립유치원은 개인 식대 및 간식비, 유류비 등으로 수십만 원을 쓰고 교사급량비 등 총 7건 844만여 원을 집행하면서 증비서류를 갖추지 않았다. 여기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위탁체험학습 계약 및 각종 유치원 시설공사를 하면서 계약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증빙서류도 작성하지 않았다. 다른 유치원은 유치원 교육활동 및 원아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조사비, 기부금 등 24건에 679만원을 목적 외로 사용했다.

문제는 매년 이 같은 비리가 반복돼 불거져왔다는 점이다. 4년 전 광주광역시에서는 어린이집의 약 40%가 각종 법규를 어겨 운영하다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같은 해 충북에서도 어린이집 원장이 시간제 교사를 전일제 교사라고 속여 등록한 뒤 7개월간 보조금 21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2009년 8월부터 4년여 간 청주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 모 원장도 보조교사를 정교사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조금 1억4천여만 원을 부당 수령해 처벌을 받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작년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흐지부지 지나갔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어제 기자들에게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 하겠다"며 "번갯불에 콩 튀겨먹듯 할 일이 아니고 현장을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사안이라 그런 프로세스를 밟아가려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 등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회계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유 장관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는)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충 유야무야 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이번기회에 회계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성역(聖域)이 아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