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하늘은 거치는 것 없이 너무나 맑다. 그 하늘가로 떠나간 넋들을 향해 5월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 2권이 출간돼 그날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또다른 의미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오월의 신부」(문학과 지성사)와, 씨랜드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엄마와 아빠들이 지은 「이제는 해가 솟는 넓은 세상에서 살아라」(넥서스)등이 그것.

전남해남 출신으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있는 황시인은 「나는 너다」「게 눈속의 연꽃」등 다수의 시집과 시선집 「聖가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이자 미술 평론가이다.

황지우시인(48)의 「오월의 신부」는 1980년 처절했던 그 날의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못다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역사적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써내려간 픽션으로 99년 「실천문학」 가을호 「오월의 신부」를 일부 개작한 작품이다.

희곡 「오월의 신부」는 고립무원의 상황아래 던져졌던 5월 광주 사람들이 겪었던 내면·외면적 갈등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광천동 본당 주임신부로 등장하는 늙은 장요한 신부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발단부의 핵심적 배경은 시민 수습위와 시민군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5월15일부터 계엄군의 도청 진압이 시작된 27일 새벽까지의 긴박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제1부 핏자국 위로 지나간 나비, 2부 징헌 사랑, 3부 바람의 탑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광주」라는 역사의 현장위에 설정된 사건을 통해 역사성의 의미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물음을 뿜어내고 있다.

어느 젊은 작가는 그 날의 반 역사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으로 「미친 물소의 늪」,혹은 「사산하는 여름의 늪」으로 표현하고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숙연하게 다가오는 가족들의 애닯은 절규를 모아 쓴 「이제는 해가 솟는 넓은 세상에서 살아라」(넥서스 출판)는 씨랜드 참사로 자식을 잃은 엄마 아빠들의 피맺힌 그리움이 절절이 배어 나오는 편지들을 모은 책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재검증해 볼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를 향한 뜨거운 경종서이다.

이 책에서는 하늘로 돌아가 버린 아이들의 사진과 일상의 기록들이 차곡차곡 일자별로 수록돼있고 아이들이 남긴 그림등 일상의 일화들이 펼쳐지고 있어 더욱 읽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딸, 아들의 유품을 가슴에 안고 남겨진 그리움을 토해내며 위로를 받는 그들의 편지 내용은 차마 기록이기 보다는 생생한 다큐드라마 같다.

가정의 달에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이 책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우리가슴에 기억돼야 할 아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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