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 놀이의 경계 허물어 활기찬 교정 일구다
17명 모든 교사 아이들 행복 연구…교육과정 '놀이'주제 효율적 운영
놀이활동 영역 교수·학습과정 구성…나눔장터서 숫자·경제 개념 터득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충북 음성 삼성초등학교(교장 이상국)에는 아이들의 행복을 연구하는 '아이즐 놀이연구소'가 있다.

'아이즐'은 '아이'와 즐거움의 첫 자 '즐'의 합성어로, 이 연구소의 목적은 다양한 놀이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해 자기존중감을 높이고,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며 행복한 어린이로 키우는데 있다. 연구소에는 교장, 교감을 포함한 삼성초 17명의 교사가 모두 참여해 학생·교사·가족 놀이 등 3개 분야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놀이연구 영역은 언어놀이, 조작놀이, 신체놀이, 심성놀이로 구분했다. 이 4가지는 교과시간에 배우는 영역을 모두 카테고리로 만들 수 있고 그 영역에 맞춰 수업안 작성과 수업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즐 연구소는 '놀이'를 주제로 일상 수업과 전문적학습공동체, 창의적체험활동 등을 연계해 전반적인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 접목해 나가고 있다. 특히 놀이쌤들은 월별로 놀이를 구안하고 직접 놀아보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 후에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놀이에 뛰어든다.

아이즐 연구소는 아이들의 행복감을 위해 놀이와 수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초는 올해 충북도교육청지정 놀이활동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지난해 '침체된 학교 분위기를 바꿔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의견을 모아 신청했다 고배를 마신 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재도전 끝에 성공했다.

삼성초는 아이즐 놀이연구소를 만들어 놀이활동 연구학교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아이즐 연구소의 첫 번째 운영과제는 '학생'에 초점을 맞춰 와글와글 중간놀이, 학생 중심 동아리, 아이즐 놀이마당을 운영한다.

중간놀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30분씩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방송댄스, 8자줄넘기, 말미잘 술래잡기 등 요일별로 다르고 월별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방송댄스는 지난해 연구학교 선정에서 탈락 뒤 놀이활동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작한 첫 프로그램이다. 전교생이 2년째 참여하고 있는 방송댄스는 아이들에게 즐거움뿐만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신을 갖게 했다.

기자가 삼성초를 방문한 지난 4일은 새로운 중간놀이로 '말미잘 술래잡기'가 진행돼 전교생이 섞여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강원 학생(3년)은 "술래가 되면 손과 팔을 흔들어 아이들을 잡을 수 있어 좋다"며 "놀이시간에 뛰다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친구들과도 친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 연구소는 두 번째 운영과제로 '교사'를 주축으로 놀이나눔 공동체, 놀이로 찾아가는 행복수업, 창의적체험활동 놀이 동아리 등을 운영한다.

놀이나눔공동체에서는 1~2학년 교사가 참여하는 '놀쌤'과 3~6학년 교사 중심의 '신나는 쌤', 놀이발굴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함께하는 '와글와글 아이즐' 등의 활동을 한다. 공동체는 학년 수준에 맞는 놀이지도 방법과 놀이활동을 수업에 접목, 활용하는 방법 모색, 다양한 놀이활동을 시도한다.

아이즐 놀이마당은 학기별로 연 2회 실시된다. 1학기에는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눠 각각 9개의 조를 편성해 9개의 놀이활동에 참여했다. 2학기에는 전교생을 무학년제로 16개 조로 나누고 16개의 놀이부스를 운영한다. 학부모들도 참여해 별도의 놀이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1학기 운영평가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보완·수정해 11월 6일 2학기 놀이마당이 열린다.

놀이종목은 오목게임의 변형인 탁구공 삼목게임, 지난 올림픽 때 인기를 끌었던 커링을 변형시킨 손가락 컬링, 실내와 던져서 훌라후프안에 넣기 등 집에서 부모님과, 또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쉽게 할 수 있는 종목으로 정했다.

당일 행사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교사들은 사전에 모든 놀이부스를 시뮬레이션을 하고, 학생들은 중간놀이 시간을 통해 친교활동과 워크숍을 갖는다.

놀이로 찾아가는 행복수업은 놀이활동 영역에 맞는 교수·학습 과정안 51개 작성하고, 교사는 3회 공개수업 및 자기·동료장학을 실시한다. 또한 수업에 적용한 놀이에 대해서는 구제적으로 어떻게 접목했는지 단계별로 알 수 있도록 놀이사용설명서를 첨부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1학년 2반 수업시간은 아이들 노래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하다. 이날은 수학의 모형을 배우는 과정으로 교과서 없이 다양한 게임을 하며 몸으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만들고 익힌다. 수업재료로는 약상자. 화장품 용기, 물병 등 친숙한 일상 용품이 활용됐다.

신동희 담임교사(연구부장)은 "카드를 이용해서 그동안 배운 내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경험적으로 알게하는 정리 시간"이라며 "교과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놀이수업을 자주 하는데 몰입도가 높아 딴짓하는 아이가 없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다음날인 5일에는 1학년 전체 프로젝트 수업으로 나눔장터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1학년 통합교과에는 나눔장터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과정을 아이들이 집에서 가지고 온 물건의 가격도 정하고, 가게이름도 만들고, 상인·손님 역할도 정해서 시장놀이를 한다.

신 교사는 "지난해 1, 2반 공동수업으로 나눔장터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나눔장터를 통해 필요없다고 생각한 물건이 돈이 되고 또 누구를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뿌듯해하고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교육과정은 교과서 틀을 벗어나고 성취기준에 준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까지의 연계를 요구한다"며 "나눔장터 같은 교과재구성 수업은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만족도가 훨씬 높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어 평가도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지난해 나눔장터 수익금으로 삼성경로당 어르신에게 떡과 과일, 음료수 등을 대접했다. 올해는 장날 시장에 가서 그동안 배운 밸리댄스, 노래 등 8개팀을 만들어 공연하기로 했다.

창의적체험활동은 정규수업시수로 편성해 연 20시간 운영하고 있다. 1, 2학년은 학급별 담임과 놀이하고, 3~4학년과 5~6학년은 학년군별로 조직해서 총 14개의 동아리를 조직·운영하고 있다. 전담교사도 동아리를 조직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놀이수업을 연구한다.

아이즐 연구소 세 번째 연구과제는 행복한 가족놀이터 만들기다.

삼성초는 학부모총회를 마치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하는 놀이시간과 연수를 실시한다. 매달 발행되는 놀이소식지를 통해 집에서 자녀와 쉽게 할 수 있는 놀이 1개를 소개하고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아이즐 놀이마당에 참여해 동아리도 운영한다.

삼성초는 연구학교 지원사업비 500만원와 연구학교 싹틔우기사업 300만원, 전문적학습공동체 2개 운영비 200만원, 놀이발굴동아리 공모사업비 100만원 등 교사들의 의지로 확보한 적은 예산을 가지고 아이즐 연구소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

이상국 교장은 "아이들이 밝고 적극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올해는 놀이문화를 조성해 가는 과정이고 내년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자연스럽게 하루 일과 중 교육과정에서 녹아내는 놀이활동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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