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대란 속에서 지난 9월 열린 '2018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모습. / 중부매일DB<br>
고용대란 속에서 지난 9월 열린 '2018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모습. / 중부매일DB<br>

[중부매일 사설]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참담한 실업률을 빠른 시일 내에 낮추기 위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해법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23개 공공기관에 단기(短期) 일자리 확대'를 압박해 이들 공공기관이 연말까지 약 1만4천명 규모의 단기채용 계획을 세우게 한 것이다. 엊그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문재인 정부가 단기간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임시처방인 '체험형 청년인턴'제도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등 공공기관 32곳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3개월간 총 1만3971명을 단기 고용키로 했다고 한다. 국토부 산하 총 361곳 중 확인된 곳만 이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10만 명 이상이 단기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죽하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임시처방까지 썼을까 싶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 실업률은 다시 급증하고 젊은이들은 또 다시 일자리를 찾아 해매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급조된 단기일자리는 결국 혈세만 낭비할 수밖에 없다.

청년 취업난이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면서 한국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해묵은 현안이 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눠 구한 25∼34세 실업률은 지난 8월 6.4%였다. 거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회진출이 활발해야 할 20대 후반·30대 초반 청년층의 취업이 올 들어 바늘구멍 뚫기만큼이나 힘들어졌다. 7월 취업자 5천명은 박근혜 정부 취임1년차 7월 취업자 55만 명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무엇보다 젊은 고학력 실업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실업자는 34만8천 명이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실업자를 집계한 1999년 이후 7월 기준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의 실업자 수는 올해가 가장 많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정부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일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도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인턴은 체험형이든 채용형이든 근무기간에는 취업자로 분류돼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폐해가 더 많다. 단기일자리로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발상으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은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열린 낸드플래시 M15라인 준공식에 참석해 청주지역 고용창출에 기여한 점을 치하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4대 사정기관을 동원해 기업을 전 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는 커 녕 친노조 행보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 청년들이 자부심을 갖고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3개월짜리 공공기관 인턴자리로 국민을 현혹시킬 생각하지 말고 기업이 고용창출 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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