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자본주의의 성장과정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최근의 한 저서는 자본주의의 경제성장 과정을 일련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저서에 의하면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는 다른 국가가 그 단계에 오르지 못하도록 자신이 타고 오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했던 환율제도, 국제무역시스템, 관세제도, 금융제도 등에 불공정 관행을 제도화하여 일종의 진입장벽을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독점화하고 이를 향유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경제성장 과정은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걷어 채이지 않으려는 갈등의 연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같은 사실은 경제성장이론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 이론에 의하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장기적 성장경로는 서로 수렴하지 않아서 선진국은 영원히 선진국이고 후진국은 영원히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는 우울한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후진국의 입장에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경로로부터 이탈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인적자본의 확충, 지식이나 기술력의 축적과 같은 외부적 충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부적 충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성장동력을 다각화하고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지역혁신정책은 적절한 것이고 대부분의 지역경제가 경쟁적으로 지역혁신정책을 실행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더구나 기업도시를 유치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할 뿐만 아니라 성장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집중적으로 IT, BT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도 바람직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역산업정책은 민관협동 시스템을 구축하여 민간부문의 효율성과 공공기관의 조직관리 능력을 결합한 합작사업을 통해 자원배분을 극대화하려는 제3섹터방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산업단지의 유기적 구성을 가능케 하는 산업클러스터 육성, 산업의 집약화를 이루기 위한 테크노파크 운영 등이 지역혁신역량 강화의 최전방에서 지역산업정책의 근간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모두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안하고 지자체는 단순히 시행하는 형태로 이어져 왔는데 이런 형태의 지역혁신정책이 과연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0여년 전에 시작되었던 제3섹터방식은 마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단점만을 모아놓은 형태로 운영되어 지금은 전국적으로 30여개의 사업 중에서 대부분이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산업클러스터 육성과 테크노파크 운영을 통한 지역혁신역량 강화도 조직이나 구성인력으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의 테크노파크 운영에 있어서 단지 기존의 조직을 변형시키고 기존의 인력을 재배치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런 방법이 조직의 확대를 꾀하고 개인의 안위를 위해 오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 저자가 지적했던 사다리 걷어차기는 경제성장과정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지만 긍정적인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사다리를 걷어차면서 혁신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혁신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프로그램개발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입안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만으로 지역혁신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경제도 최고만이 생존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특성화를 바탕으로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제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혁신적인 지역산업정책을 수행해야 하며 민간부문의 참여확대와 독자적인 지역산업정책 모델을 개발해야 성공적인 지역혁신을 이룩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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