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중부시론 류연국] 가난한 것보다는 자신이 부자라고 여길만한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조금만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신이 생각한 무엇을 할 수 있을 텐데 라며 아쉬워한다. 우리의 젊은이가 일반 직장에 취업하여 월급을 모아 조그만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15년에서 20년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저축을 제대로 하여 주택자금을 늘려 갈 때 가능한 계산이다. 서울에 취업한 청년이 월급을 모아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도 억만장자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이 발간하는 '세계 부 보고서'에 의하면 5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를 '초고액 자산가'로 분류하는데 10만 명 이상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2천500명의 억만장자가 사는 나라라고 한다. 한국의 급속도로 발전한 경제성장 속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정말 근검절약하여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여 재산을 모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발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설립한 회사가 크게 성공하여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 축적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힘입은 바가 큼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전 국민이 참여했고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이룩된 경제발전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얼마 전 홍콩의 영화배우 저우룬파의 전 재산 사회 환원이 알려지며 칭송이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와호장룡'과 '영웅본색'에 출연한 멋쟁이 배우 주윤발로 더 잘 알려진 스타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 내 것이 아니며 잠시 보관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좋아했던 배우지만 새삼 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검소한 생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7년 된 휴대전화가 고장 난 뒤에야 요즘의 스마트폰으로 바꾸었고 할인매장에서 파는 옷을 사 입으며 지하철을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다고 한다. 억만장자지만 돈의 가치를 아는 사람 같아 더 친숙해 보인다. 그는 분명 복 받을 일을 하는 억만장자임에 틀림없다.

한국에 사는 부자들도 많은 선행을 베풀어 왔음은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경주의 최부자 이야기로부터 제주의 만덕에 이르기 까지 가난한 이웃을 돌아볼 줄 알았던 우리의 선조들의 이야기는 많다. 지금도 백만장자는 아니지만 스스로 넉넉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선행을 실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국의 억만장자들이 하는 큰 기부행위를 한국의 억만장자들이 실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사람들의 기부행위를 생각해 본다. 그들의 기부행위는 일상의 생활 속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전에 호주의 한 토요장터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서툰 솜씨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고 그 앞의 종이에는 자신이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고 싶어 레슨을 받으려는데 레슨비를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삐뚤삐뚤한 글씨로 써놓았다. 그들의 기부를 받고 기부를 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또한 공공시설은 가는 곳마다 누구의 기부를 받아 이 시설이나 가구나 장치가 장만되었음을 나타내는 작은 표지가 있음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도 어린 시절부터 기부하는 기쁨을 가르치고 실천하게 해야 한다. 그들이 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백만장자로 성장하고 억만장자가 되었을 때 훌륭한 기부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아니겠는가. 가을은 깊어가고 찬바람이 콧등을 스칠 때가 되면 하루하루가 어려워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지 않아야 한다. 물론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이웃이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적으로도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어 가는 요즘 한국에서도 억만장자의 제대로 된 사회 환원의 소식을 듣고 싶다. 그리하여 복 받는 억만장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