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시와 충주 중원문화재단이 충북도의 시·군특화 공연작품 개발계획 공모에 참여하면서 저작권자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개인의 창작물을 그대로 베껴 응모해 물의를 빚고 있다.

충북도와 충주시, 충주 중원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시와 재단은 지난 2월 '2018 충북도가 공모한 시·군특화 공연작품 개발계획'에 뮤지컬 감독 A씨가 제작한 '주먹대장 임경업'이라는 제목의 어린이 창작극으로 응모해 선정됐다.

재단은 도비와 시비 각각 2천500만 원씩 총 5천만 원을 지원받아 가정의 달과 방학기간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4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와 재단은 이번 공모에 참여하면서 정작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인 A씨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A씨는 "시와 재단이 명백하게 내 작품을 도용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와 재단 관계자는 "'주먹대장 임경업'은 참고용 자료로 제출한 것이고 이를 총체적 형식의 뮤지컬로 새로 각색해 공연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에 제출한 서류의 사업명에는 분명히 '주먹대장 임경업'으로 돼 있고 대본도 같은데다 기획의도마저 이전에 A씨가 제출한 것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참고용으로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자료에는 정작 저작권자의 이름조차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초 충주시 관계자가 해당 작품의 내용은 그대로 하고 제목만 바꾸겠다고 설명해 큰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특정 작품으로 공모에 선정된 뒤에 내용을 완전히 바꿔 공연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시와 재단은 올해 안에 4회 이상 공연하겠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공연을 하지 않았다.

연말까지 불과 70여일 정도 남은 이제와서 부랴부랴 대본을 공모한다며 공고를 낸 상태다.

대본 선정이 되더라도 배우 캐스팅과 의상 준비는 물론, 노래와 안무연습 등을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해 공연이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더욱이 2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는 연출자 예산을 아끼기 위해 연극인 출신인 재단 사무처장에게 무료로 연출을 맡기겠다고 밝혀 더 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연극인 B씨는 "연출가가 배우 캐스팅을 비롯해 공연 준비와 진행에 대한 전권을 쥐는 중요한 역할인데 겨우 200만 원을 아낀다는 이유로 사무처장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창작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재단이 오히려 창작활동을 가로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저작권자인 A씨에게 사전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뒤늦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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