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수련. / 클립아트코리아
수련. / 클립아트코리아

삶은 얼음판을 걷는 코끼리와 사방을 경계하는 원숭이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처신하며 살아가는 여정이다. 살면서 말, 생각, 행동을 곱씹고 마음에 새기는 수신의 시간은 필연이다. 수신은 마음을 착하게 하고 생활을 바르게 하기 위해 마음과 몸을 닦는 행위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고 말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살아온 날들을 되짚고 살아갈 날들을 궁리하는 시간은 수신의 모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아도 수신은 행복한 삶의 근간이다.

수신하지 않은 사람은 오늘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낙담하여 눈물을 흘리고, 내일 뜻하는 일이 이루어지면 생글거리며 얼굴을 편다. 마음이 깊지 못하고 얇아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분노,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수시로 변한다. 감정의 일희일비는 내면의 수양을 게을리 하고 수신하는 시간의 부족에서 온다. 까마귀가 검은 깃털이 싫어 다른 새의 아름다운 깃털을 주워 온몸에 치장을 하고 자기의 깃털인 것처럼 속이고 뽐내며 살 듯, 수신이 안 되면 자신의 내면을 속이고 타인을 의식하며 눈치 보기 급급한 가짜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임무를 수련하는 작업이 수신이다. 배철현 교수는 "일상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와 같아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를 삼켜버린다. 137억 년 전의 빅뱅에서 지금까지가 순간이듯이, 스스로를 정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분명 야속한 세월을 원망할 것이다. 오늘도 나와 상관없는 복잡한 일들이 소용돌이처럼 우리를 잡아당긴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 거센 움직임보다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바로 나-자신이라는 단단한 바위다. 나-자신이라는 단단한 바위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시선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로 향한다"고 말한다. 수신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깨달음을 요구한다.

수신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는 정신 근육 운동으로 시작된다. 노자는 "다섯 가지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맛을 해친다"고 말했다. 영롱한 색깔은 눈을 즐겁게 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고, 오묘한 맛은 혀를 즐겁게 하지만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어 지족(知足)하지 못한다. 욕망이 뻗어 가는 대로 두면 탐욕으로 변질한다. 탐욕은 마음을 시끄럽게 하고, 불필요한 근심들을 키운다. 수신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키우고 욕망과 탐욕을 그치게 해주는 명약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수신은 마음이 탁한 곳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다잡게 해준다. 장석주 작가는 "본성을 버리고 인의를 따르는 사람은 자기의 귀로 듣지 않고 남들의 귀로 듣고, 자기의 눈으로 보지 않고 남들의 눈으로 본다. 스스로 보지 않고 남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남으로 만족하는 이들은 결국 남들이 가는 곳으로 갈 뿐 자기의 갈 길을 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수신은 세상이나 남의 장단에 맞춰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고 자신의 장단에 맞춰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수신은 '나를 위한 신념을 구축하고 있는지, 나에게 유일하며 원대한 꿈은 무엇인지, 그 꿈에 대한 몰입은 나의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인생의 과제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완수하는데 매진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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