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트라우마. / 클립아트코리아
트라우마. / 클립아트코리아

우리사회에서 교사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군이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기대는 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집단적 바람이다. 그 바람은 그래주기를 바라는 심정적 염원이다. 그런 염원이 특정 집단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다. '기대심리'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군사부일체라는 유교적 배경에 의해 교사를 사회적 전범(paragon) 집단으로 인식해왔다. 이런 인식은 개인적 지각의 총합체로 나타난 이미지다. 하지만 이미지와 선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특정 물건이나 사물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해서 그 물건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지가 다른 태도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지 속에는 실제와는 다른 따져봐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집단의 이미지는 겉포장

그럼에도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이미지는 만들어진 겉포장과 같은 것이다. 내용물의 질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마치 좋은 것처럼 포장할 수는 있다. 예컨대 성형기술의 발달로 외형상으로 좋은 이미지의 얼굴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 내면의 문제까지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교직에 대한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가 교사집단의 질적인 문제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질적인 문제는 교사집단 내부의 문제이자, 각 개인들이 성찰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문제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부 자극에 의해 문제가 쉽게 개선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교직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아이들을 교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특수상황 때문으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한다는 점에서다.

'트라우마'란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스트레스다. 전쟁이나 극한 상황을 겪은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일상에서도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중심에 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교사 트라우마'로 칭한다. 잘 알려진 사례 한 가지만 보자.

'국민 할매'라고 불리는 록밴드 기타리스트 김태원씨의 고백이다. 그는 10대 시절 방황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첫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따귀를 맞았다. 그것도 칠판 앞에서 교실 끝까지 몰려가면서 맞았다.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정신적 상처로 그 이후 학교를 잘 가지 않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를 병적으로 싫어했다."

#'교사에 의한 트라우마' 경계해야

교사에 의한 트라우마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교사에게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고 '학교를 병적으로 싫어했다'는 사실에서 '교사 트라우마'를 짐작할 수 있다. 이뿐이겠는가. 최근 유아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린이 학대사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다. 아이들을 내 팽개치거나 교묘하게 학대하는 모습은 다반사다. 또 전국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교사들의 성폭력 문제는 어떤가. 학교 급간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일반적으로 교사에 의한 트라우마는 4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체벌', '성희롱', '성폭력', 어린이들에 대한 '학대'다. 교사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사회진보라는 말은 인권의 바이블로 불리는 '세계인권선언'에도 나온다. 적어도 우리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인권의식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최전방에 있는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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