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내면적 가치 주목 전시 새 지평 열어
전시 공간별 동선·해외 인사 초청 잡음
직지코리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잡기 과제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21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관람객 41만여 명을 돌파하며 직지의 내면적, 정신적 가치에 주목했다.

국제행사와 전시, 공연, 교육·체험프로그램·학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지에 대해 조명하려 했고 지역민과 함께, 지역을 위한 축제를 표방했다.

그러나 전통으로서의 직지, 정신으로서의 직지, 공예로서의 직지, 인쇄문화로서의 직지 등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콘텐츠화 할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1일동안의 직지코리아를 되돌아본다. / 편집자

 

#두 번째 국제행사 금속활자 발명국 입지 확인

'2018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은 2003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해오던 청주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을 통합해 2016년 국제행사로 승격된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국제행사다.

정부에서 '청주직지문화특구'로 지정받은 청주고인쇄박물관 일원 시설과 프로그램을 연계해 활용도를 높였으며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주조전시관, 흥덕사지, 고인쇄박물관, 한국공예관 등 전시공간의 확대로 국제행사다운 규모와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평창올림픽에서 호평을 얻었던 '고려 건국 1100년, 고려황국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특별전'의 전시품 일부를 유치해 고려의 금속활자를 선보임으로써 직지를 탄생시킨 고려가 금속활자의 발명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세계적으로 공고히 했다.
 

 

#기록문화 성지 청주, 인쇄문화도시 새 전기 마련

지난 1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세계인쇄박물관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inting Museums, IAPM)창립식이 개최됐다.

이를 계기로 '청주'는 기록의 보존과 복원, 문화유산의 가치 보전에 대한 국제적인 담화의 장 중심에 서게 됐고,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2016년 축제에서 세계 주요 인쇄박물관 관계자를 초청해 인쇄 문화·역사·유산의 발전을 위한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2년간의 교류와 협의를 통해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 세계인쇄박물관협회(IAPM)를 공식 출범하는 결실을 맺게 됐다. 이와 함께 제7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과 직지상2.0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기록문화도시로서 국제적 명성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인쇄박물관 관계자 초청 과정에서 2016년 방문했던 외국 관계자를 누락시켜 독일에서의 청주에 대한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독일 관계자는 '나를 제외한 2016년 방문했던 인사들이 모두 초청을 받았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직위는 "그 분은 이번 초청 명단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직지' 내면적 가치 확인 전시기획 새지평 열어

'2018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기존 축제와 차별화된 건 직지의 내면적 가치에 주목한 전시가 한몫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역사적이고 인쇄학적인 사실을 넘어 직지에 담긴 내용과 그 내용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에 대한 고민이 담긴 주제전 '무심의 숲'은 국내외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직지의 내면과 정신에 초점을 맞춘 주제전을 비롯해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에 '직지'와 '고려의 문명'이 영향을 끼쳤을 거란 가설과 학계의 주장을 풀어낸 직지로드 전시, 그리고 '솜 전투 필름'과 '그림형제 원화', 'KBS이산가족찾기 생방송' 등 4가지 세계기록유산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 등은 직지를 콘텐츠로 한 전시기획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시민과 함께! 고려시대 의·식·주 체험

이와 함께 이번 직지코리아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연 것도 성공 포인트로 꼽힌다.

2016년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1377고려저잣거리는 기존의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서 청주세계문자의 거리로 이동해 한층 더 안정된 연출을 선보였다. '고려로의 시간여행'이란 기획의도를 최대한 구현해 고려두부와 사찰음식 등 전통음식체험과 고려한복 체험을 강화했고 의·식·주를 망라해 직지가 탄생한 고려의 문화와 정신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행사장 내 흥덕로 '차 없는 거리'도 연일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해 목표 관람객 돌파를 견인했다.

 

#'힐링'테마로 풀어낸 21일간 공연의 장

또 릴레이 힐링 콘서트를 필두로 한 다양한 공연으로 매일 관람객을 즐겁게 했다. 특히 직지와 구텐베르크 영향관계와 직지 반환 문제 같은 첨예한 국제적 이슈를 공론화한 직지 토크 콘서트는 직지의 도시로서 청주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전시 공간에 전시된 백운화상 진영과 강익중의 '그리운 내 고향'은 고인쇄박물관에 이관 돼 향후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며 애나한의 'Come Together'는 설치된 흥덕로에 영구보존 된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직지 세계화 과제

직지의 내면적 가치에 주목해 기존 축제와 차별화하고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 등 기록문화 도시로서 청주의 국제적 위상을 다진 성과에 비해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청주예술의전당과 흥덕로 일대 사이 동선 연계가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고 전보다 늘어난 21일의 행사기간이 오히려 주목도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밖에도 주출입구의 부재로 인해 관람객 집객상황이 분산돼 취합에 어려움을 겪은 점, 이른 가을 추위로 콘서트 등 야간 행사에 관람객의 불편이 따랐던 점 등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정신적 가치를 조명한 것은 차별화 됐지만 앞으로 어떤 차별화된 콘텐츠로 직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록문화도시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하고 우리끼리만이 아닌 세계의 직지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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