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여전히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월말 현재 237조8천141억원으로, 전달보다 2천542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쳐 작년 하반기 이후 대출둔화세가 지속되고있다. 이는 작년 같은 달의 중기 대출 증가액 2조942억원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은 경기부진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자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충북지역도 지난해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 잔액이 4조7천775억원으로 연중 1.1% 증가에 그쳐 2003년(12.0%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는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여신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대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것으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중소기업대출 대부분이 단기대출 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재경부가 파악한 결과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중 만기 1년 이하의 단기대출 비중이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단기대출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단기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자금운용이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때문에 늘 부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국내 중소기업들과 가계가 경기침체로 고통을 당한 지난해 국내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사상최대인 8조8천억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7조1천억원이나 늘었다.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00년 4조4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2001년 5조3천억원으로 흑자로 반전됐고 이후 2002년 5조원, 2003년 1조7천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올들어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져 은행들의 순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은행들이 내규를 고쳐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트겠다며 감독기관을 통해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섰으나 성과는 별로 없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한계기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 이제라도 모두가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금융권의 대출축소를 시정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 아직도 금융권이 중소기업의 매출감소를 이유로 만기도래 때 대출한도 삭감과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이의 시정을 위해 한은을 비롯한 금융권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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