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전 직원이 1천명인 스웨덴의 IT컨설팅업체 '네트라이트'의 일명 '바나나회의' 모습. 격식없는 수평적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 김미정 
전 직원이 1천명인 스웨덴의 IT컨설팅업체 '네트라이트'의 일명 '바나나회의' 모습. 격식없는 수평적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 / 김미정 

 노벨상의 고장, 이케아 가구, 4인조 가수 '아바', '말괄량이 삐삐', 그리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웨덴을 표현하는 키워드들이다. 전 세계 인구 1%(1천만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혁신', '창업', '일자리' 하면 전 세계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국가다.

고용선진국 스웨덴의 일자리정책을 취재하면서 배운 점은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 일·삶 균형이 보장된다는 점, 정년이 보장돼 이직률이 낮다는 점 등이었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속에서 누구나 똑같이 주40시간을 일하고 누구나 동일한 수준에서 임금을 받기에 가능한 일이다.

CEO도, 말단 직원도 임금차이가 크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남녀간, 연령간, 학력수준, 근속연수에 따라 격차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임금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큰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받는 임금이 하위 10%보다 4.3배나 많다. 이마저도 2006년 5.12배까지 치솟았었다. 스웨덴은 비정규직이 많지 않을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채용 자체를 기피한단다.

우리가 요즘 추구하려고 하는 '워라밸(일·삶 균형)'이 안착돼있는 점도 부러웠다. 오후 4~5시면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내일을 준비한다. 초과근무나 휴일근무, 당직도 없다. 그 바탕에 적당히 일하고 즐기는 라곰문화가 있다. 주52시간 단축 근무를 놓고도 논란이 많은 한국사회에서는 "기업과 국가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겠지만, 일 못지 않게 근로자의 '삶'도 중요하다.

"한국은 고용주가 '갑', 근로자가 '을'이지만 스웨덴은 근로자 권리가 강한 근로자중심 문화입니다. 채용과정에서 학벌과 스펙보다는 실무경험과 전문성이 중시되고, 입사하면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채용때 신중한 편입니다." 한국에서 교수(비정규직) 등을 했다가 스웨덴으로 컴백한 요한 안더 봇쉬르카시일자리센터 교수는 이같이 '뼈있는' 말을 했다.

[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김미정 경제부 차장

근로자가 갑인 사회, 정년이 보장돼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정규직사회, 학벌·성별·임금에 따른 차별이 없는 고용구조, 일·삶 균형.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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