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 청주 지역사회의 효율적 복지지원을 위한 ‘청주복지재단’ 출범식에서 한범덕 청주시장과 남기민 이사장 등 내빈들이 복지재단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신동빈
25일 청주 지역사회의 효율적 복지지원을 위한 ‘청주복지재단’ 출범식에서 한범덕 청주시장과 남기민 이사장 등 내빈들이 복지재단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신동빈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선진국도 부러워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 하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제 때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청주복지재단이 지난 8월 3∼13일 청주지역 저소득층 주민 6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엊그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주에도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멍 뚫린 의료복지 체계를 점검하지 않으면 저소득층은 가난과 병마(病魔)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청주복지재단 자료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빈곤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사 대상자의 27.3%는 아파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38.8%는 그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교통 불편 때문이라고 응답한 주민도 24.1%에 달했다. 이들은 78.7%가 월세에 살고 근로소득은 월평균 45만 원에 불과했다. 법령에 따른 각종 수당과 급여 등 공적 이전을 포함한 가구 총소득은 평균 102만 원이었으며, 부채는 평균 115만2천 원으로 조사됐다. 지독한 가난에 웬만한 병고는 참고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다. 또 임시·일용직으로 일하는 저소득층은 먹고사느라 시간이 없어서 병·의원에 가지 못했고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도 병·의원까지 가기 힘들다고 답했다.

청주복지재단측은 "의료급여 수급 대상이 아닌 저소득층 주민들은 중증이 아닐 경우 병·의원에 제때 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팍팍한 가계에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병원을 못 간다면 병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는 것도 이들에겐 호사일지 모른다. 28.6%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운동한다는 응답자도 1주일에 2번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건강관리를 못하니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의료 수급자들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가 넘고 정신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장애비율이 일반인보다 3~4배 높아 건강보험 환자들보다는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지만 의료복지는 빈곤한 노인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본인 부담 비율이 높고 중증 질환 보장이 안 돼 사회보장 기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1989년 7월 1일 지역 의료보험이 농촌 지역에 이어 도시 지역까지 확대 적용됨으로써 마침내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완성돼 온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다됐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 상위 계층의 상당수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제 때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필수적인 의료비 경감을 추진해야 한다. 또 지자체의 촘촘한 관리도 필요하다. 돈이 없어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의료복지시스템은 있으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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