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21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8.10.21 / 연합뉴스
21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8.10.21 / 연합뉴스

최근 드러난 사립유치원 비리에 분노한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섰다. 비리 유치원이 밀집된 서울·경기지역 곳곳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유치원 비리를 규탄하는 학부모 집회가 이어졌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사립유치원에 대한 엄벌과 유아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해야 할 사립유치원들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권력에 맞서며 기세등등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은 지난 21일 '사립유치원, 교육공무원보다 훨씬 깨끗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비리 명단 공개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물귀신 작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도 반성은커녕 아이들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나서 빈축을 자초했다. 더구나 이번에 적발된 유치원 중 일부가 폐원 또는 신입 원아 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아이 맡길 곳 없는 학부모들의 사정을 악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분을 샀다. 사립유치원들이 이처럼 기세등등한 것은 수적으로 우세에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전국 사립유치원 취원율은 75.2%에 달하고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24.8%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은 교육 서비스 질이 보장되고 비용도 저렴한 국공립 유치원을 원하지만 국내 사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국공립 유치원 취학 비율을 2022년까지 4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이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주춤한 상태다.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의 집단횡포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유아교육법상 '학교'인 사립유치원이 실상은 개인사업자이자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립유치원은 학교이지만 법인이 아니고 사실상 개인사업자여서 정부지원금과 원장 개인통장이 분리조차 안 돼 있다. 초·중·고나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는 국가가 설립한 국공립이거나 사립이라도 학교 법인으로 운영한다. 학교지만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곳은 사립유치원 뿐이다. 법인은 법인회계를 따라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지만 사립유치원은 동네 구멍가게 식으로 운영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사립 유치원이나 국·공립학교 모두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역할에는 다름이 없다. 국민세금을 이들 시설에 투입하고 배려함은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고, 이런 국민적 믿음을 바탕으로 나랏돈이 제대로 쓸 것임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리 사립유치원들이 본인들의 주장에 앞서 반성부터 해야하는 이유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교육당국이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개통한 지 4일 만에 접수가 100건을 돌파했다. 23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충북에서도 2건이 접수됐다. 정부는 오는 25일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비리 유치원의 설 곳이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이 신입원생 원서접수와 추첨을 온라인으로 하는 '처음학교로'에 불참을 선언해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보육대란'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유치원 운영의 정상화의 길은 멀어 보인다. 유치원 과정은 정기교육을 받기 위한 준비단계로 모든 교육의 기초이며 근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유치원 교육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빠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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