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3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8.10.22 / 연합뉴스
야3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8.10.22 / 연합뉴스

공공기관 고용세습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까면 깔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온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친·인척 채용사례는 13개 기관 345명에 달한다고 한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 취업문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이유가 있었다. 기존 임^직원 친인척과 민노총이라는 배경이 없는 청년들에겐 공공기관 취업문턱이 한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최순실 딸 정유라의 '금수저'들에 대한 옹호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있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등 야 3당의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에 진보정당인 정의당까지 동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고용세습 의혹 제기를 '침소봉대', '거짓선동', '정치공세'라고 평가절하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얕보는 짓이다. 정부는 중앙 공공기관은 물론 기방공공기관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의혹이 있으면 국정감사를 실시해 비리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고용세습 의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2013년 강원랜드는 능력 있는 응시자들을 탈락시키고 부정청탁과 점수조작으로 특정인을 채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채용비리로 탈락한 225명을 특별채용 방식으로 구제했는데 이중 25명이 기존 임직원 친·인척이라고 한다. 특채구제 절차를 밟은 이유가 채용비리 때문인데 이를 또 악용했다는 것이다. 정권이 달라졌다고 해서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3급 이상 고위직 친인척에게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직들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미리 알고 친인척을 입사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5~2016년 사이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마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친인척"라는 소문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공공기관마다 고용세습은 관행이 됐다. 이를 모르고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올 인했던 취업준비생들에겐 통탄(痛嘆)할 일이다. 기회는 평등하다는 말은 허구다. 고려·조선시대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을 과거시험도 치르지 않고 관리로 임용했던 '음서제'가 부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중앙 공공기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방 공공기관도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다 할 수 없다. 예전 충북도내 모 지자체 산하기관은 이사장인 아버지가 아들을 기능직으로 특채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최재현 감사원장은 "기재부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감사 하겠다"고 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기재부는 중앙·지방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하고 감사원은 반드시 감사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그래야 '가짜뉴스'라고 우기는 정치인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 고용세습이라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폐단을 뿌리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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