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질문 속출, 지루한 국감 연출…"노력하겠다"답변이면 무사통과

남택화 충북경찰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충북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신동빈
남택화 충북경찰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충북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3일 충북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 충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가 3년 만에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지역현안을 외면한 형식적 감사에 머물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감사반장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 울산 남구갑)은 "KTX오송역 등 내륙교통의 요충지로 발전하고 있는 충북의 치안역량 강화와 경찰활동 문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포문을 열었지만 질의에 나선 의원들이 깊이있는 질문을 하지 못해 싱겁게 막을 내렸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권은희 의원(바른미래당·광주 광산구을)은 충북 경찰서간 인력 편차 문제, 112신고 후 도착시간 문제, 5대 범죄 발생 증가 추세에 대한 대책 등 4~5가지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답변자로 나선 남택화 충북지방경찰청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청장님 답변을 보니 개선이 잘 될 것 같다"고 질문을 마무리 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질문도 나와 배석한 경찰간부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 인천 중구·을구·강화군·웅진군)은 박금순 전 청주시의원과 임기중 도의원의 공천헌금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경찰수사가 종료된 후 불구속 기소됐다"고 답변하자 안 의원은 서울에서 발생한 '경찰의 세월호 관련 손해배상 소송 포기' 내용을 언급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인화 의원(민주평화당, 전남 광양시·곡성군·구례군)과 김한정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을)은 경찰 내부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날카로움은 부족했다.

최근 발생한 제천 경찰관 성폭행 미수 사건과 충주 피 경사 강압 감찰 사건과 관련해 질의한 정 의원은 "제천 경찰관의 경우 이전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내부기강을 다잡아야 한다"고 다그쳤고 "성과주의 감찰이 한 경찰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남 청장은 "제천 경찰관 사건은 경찰로서 매우 송구스러운 일이다. 관리감독 및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성과주의 강압 감찰의 경우 사건 발생 이후 감찰 담당직원 인적쇄신 및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을)은 제천 소방 지휘부 수사와 관련해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을 여론무마·망신주기로 이용했다"며 압수수색의 절차상 정당성을 문제 삼았지만 수사를 담당한 이문수 2부장이 "경찰 독자적인 판단이 아닌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것"이라며 맞섰다.

유민봉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충북경찰청이 도로변에 설치한 마네킹 경찰관 복장이 계절에 맞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해 감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갑) 의원과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시갑), 김영우(자유한국당, 경기 포천시·가평군), 김병관(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의원은 경찰 출동시간 단축과 충북 교통안전 현황, 성범죄 대처방안, 효율적 인력배치 문제 등의 질의가 중복되면서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남 청장은 이러한 의원들의 질문에 "문제점을 인지한다. 노력해서 고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따져 묻는 의원은 없었다.

지난해 도내 행사를 이유로 3년 만에 찾아온 국정감사였지만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충북 경찰치안 강화와 현안 문제에 대한 정밀한 감사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나 다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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