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21일 괴산 문광저수지 인근 은행나무길이 ‘황금빛’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김용수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21일 괴산 문광저수지 인근 은행나무길이 ‘황금빛’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김용수

가을이 시나브로 저물고 있다. 통창 넘어 조랑조랑 매달린 홍시는 예쁜 꽃과도 같다. 주변의 산들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하다. 나무는 자연의 이치를 아는 듯 물을 내리고 잎새를 떨구고 있다. 미물도 아닌 나무들도 이런 섭리로 재생을 준비하고 있다.

꽃은 꽃을 버릴 때 열매를 얻고, 강물은 강을 버릴 때 바다에 이른다. 이렇듯 나무와 강물도 버림의 미학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계절의 순환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속절없이 겪으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천년을 살 것처럼 탐욕에 빠져 허상을 쫓고 있다. 인생 자체가 제행무상이거늘 돈과 권력, 명예를 탐하고 있다. 욕심이 많으면 근심이 따르게 마련인데 아랑곳 않는다.

이제 상강(霜降)이 지났으니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멀지 않다. 곧 첫눈이 내릴 테고 이내 송년 분위기로 접어들 것이다. 무상한 것이 세월이라 했던가. 돌아보니 올 여름은 살인폭염으로 참으로 버거웠다. 그런 만큼 이번 가을을 겨울에게 빨리 내어주고 싶지 않다. 이번 겨울도 여름 못잖은 혹한이라 하니 더욱 그런 심정이다. 가을을 타는 것일까. 조락의 허전함으로 마음조차 쓸쓸하다.

장기 불황의 탓인지 사람들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음산하고 수상한 겨울을 예감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지쳐있고 어둡다.

요즘 한편에서는 유치원 보육비 지원금은 눈먼 돈이 되어 아이들을 울리고 있다. 사립 유치원에서 어린아이 급식비 등으로 지원되는 돈을 떼어먹은 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불감의 불법 비리가 도진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당국의 안일과 공생의 병폐가 뱀의 똬리처럼 자리했을 것이다. 뒷북 교육부는 적폐를 해소하겠다며 엄단을 강조하고 있다. 한 여당의원도 이 문제를 따지겠다고 의욕이 넘친다. 하지만 적반하장 '교육업자'들의 기세에 주눅이 든 모양새다. 21대 총선이 일 년 반 남짓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정부는 한동안 학부모 권익을 운운하며 사립 유치원과 힘겨루기를 할 것이다. 그러다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본질은 호도되고 이내 잦아들 것이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이 뿐일까. 올해 복지예산이 146조 원에 달한다. 그러니 이런 일들은 도처에 즐비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듯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어진 민간요양원 비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 경기 고양의 한 요양원 원장은 운영비 2400만 원을 횡령했다. 수원의 한 요양원도 성형비용, 골프장 그린피로 1400만 원을 착복했다. 우리 지역도 다름 아니다. 대전의 한 사립대학은 총장, 이사장의 비리로 퇴진은 물론 신입생 감축의 아픔을 자초했다. 지역의 교육기관은 학교의 급식, 전기오븐기 납품 결탁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CCTV, 교실 공기청정기, 창호공사 의혹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쯤이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부패 카르텔이다. 주말에는 공지영의 '해리'를 다시 곰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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