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이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관련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18.10.25 /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이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관련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18.10.25 /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고 있다. 만성적인 저성장, 주가 급락, 미·중 무역전쟁 심화가능성이라는 대형악재가 겹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3분기 경제성장률 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 이은 0% 성장이다. 이는 2009년 3분 이후 9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물론 한국경제만 나 홀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성장 동력이 다하면서 향후 2년 안에 경제재앙이 닥치는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경제전망은 낙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2019년 및 중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인당 GDP가 지난해보다 7%가량 증가한 3만1천862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지난 2006년 1인당 GDP가 2만 달러대로 올라선 뒤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게 된다. 보고서는 또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각각 2.7%로 전망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한국은 1인당 GNI(국민총소득)도 3만 달러를 돌파해 2023년쯤에는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이스라엘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선진국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자칫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은 휘발성이 큰 위험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GDP 손실이 1%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산업전반의 비용 상승도 불안요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라간다면 경제성장률은 0.96%p까지 내려간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도 한국경제에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국회와 민주당의 경제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로 이뤄진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성장 모델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산 정책처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수출이 내년에도 양호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내년 경제는 호전은 커 녕 퇴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실적 쇼크'가 자동차업계 전반에 타격을 주고 건설·설비투자는 IMF위기 이후 20년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성장엔진은 빠르게 식고 있고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가뜩이나 높은 실업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민주당은 뭘 믿는지 몰라도 긍정일색이다.

경제 환경이 어둡다는 것은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정부는 펀더멘털(Fundamental)을 강화하고 신산업 발굴과 노동개혁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상용직과 임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유치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GDP 3만달러'라는 숫자에 연연하기 전에 국민이 다함께 체감할 수 있는 질 높은 성장을 추구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거꾸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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