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동례 수석교사와 독서 프로젝트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청주공업고 도서관에서 각자 선택한 책을 읽고 있다. / 김동례 교사<br>
김동례 수석교사와 독서 프로젝트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청주공업고 도서관에서 각자 선택한 책을 읽고 있다. / 김동례 교사<br>

얼마 전 '책봄' 이라는 독서 모임에 다녀왔다. 한 기관의 '행복한 글쓰기'강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만든 동아리다.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수업이 끝난 후 아쉬움이 많았다. 이때 마침 1년 동안 독서 관련 동아리를 지원해 주는 광고를 보았다. 바로 신청을 했고 선정이 되었다. 그렇게 '책봄'은 탄생되었다. 책을 읽고 토론도 하고, 서로 좋은 책은 추천도 한다고는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지만 서로 일이 생겨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장을 맡은 분의 열정 덕에 즐거운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시골에서 글을 쓰는 분을 찾아 나섰다. 그 댁에는 신기한 샘물이 하나 있었다. 퐁퐁 사계절 솟는 샘물은 한쪽으로 발도 담그고 과일도 동동 띄어 놓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다는 샘물은 볼수록 신기했다.

샘물에 띄어 놓은 과일은 먹기 좋게 시원하고 발은 너무 차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우리는 동그랗게 앉아 발을 담그고 그분이 쓴 동화를 돌아가면서 읽었다. 그리고 삶은 감자를 먹으며 그 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또 한 번의 독서 모임에서는 책으로 나온 후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역 행사 시낭송에 참여도 했다. 이때 우리는 모두 모여 힘찬 응원을 보냈다. 제목이 '들꽃의 이름으로'라는 시였다. 새벽에 들꽃을 꺾어와 안고 낭송하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행사 후 그 들꽃은 나에게 전해져 방에 걸어 놓았다.

또 어떤 때는 지역작가를 모신 후 책이야기 속에 푹 빠지기도 하고 그림 전시회를 찾아 그림 이야기를 듣고 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덕분에 모임을 갖는 모습이 잠깐 텔레비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나는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회원 한 명 한 명이 마치 책 같다는 생각.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책 한 권은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그 감동이 잠자리까지 찾아와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회원 한 명이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늘 사정이 생겨 시간 내기도 힘들다고 했다. 모임이 살짝 부담스러운 눈치였다.그래서 난 아무렇지 않게 "여기 모이신 분들이 다 책 한 권 한 권이다. 그것도 내용이 다 다르다"라고 말씀드렸다. 평소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늘 책 한 권을 읽고 간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 이후 우리는 어떤 틀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 모임은 사과 과수원이 있는 외곽에서 만났다. 회원 한 명이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책을 읽고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복사해 나누어 주었다. 다 다른 내용이었다. 각자 돌아가면서 읽으며 자신의 삶을 연결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내가 읽었던 내용은 어렵다고 모두 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쉬운 것이 모두 축복은 아니라는 거다. 기름진 땅,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에서 쉽게 쑥쑥 자란 나무는 악기를 만들 때 울림에는 부적합 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술술 일이 잘 풀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어렵게 일이 해결되었을 때는 힘들지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악기에 비유한다면 이럴 때 우리 몸에선 더 깊은 울림이 번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달콤함 보단 눈물이 묻어 있는 삶의 향기가 더 진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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