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고용대란 속에서 지난 9월 열린 '2018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모습. / 중부매일DB<br>
고용대란 속에서 지난 9월 열린 '2018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모습. / 중부매일DB<br>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발표한 '2018~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9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치(18만명)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올 초부터 예측치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연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7%로 조정했다. 불안감을 배가시키는 것은 최근의 중국 경제 흐름이다. 경제성장률이 9년여 만에 최저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악재 중 악재임에 틀림없다.

어려운 경제 여건이지만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혁신이 가져온 일자리 변화와 시장의 혁명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기술 개발로 전체적인 일자리 확대를 가져왔던 추세가 사라지고 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들인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는 저서 '제2의 기계 시대'에서 거대한 탈동조화를 주장했다. 2000년대 들어 노동생산성, 경제성장, 고용, 소득 등 네 개의 추세선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고 중산층 임금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이제는 특정한 일자리 수의 증감이 아니라 일자리의 업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인류의 등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5년 영국의 유명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명명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는 시장 혁명의 중심에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과 문명을 바라보는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소비의 주역이면서 노동시장의 공급자인 셈이다. 자본투자가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몇 가지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스마트 팩토리 기반의 '리쇼어링'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스포츠용품기업 아디다스가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한 지 23년 만인 2015년 독일 안스바흐로 복귀한 이유는 같은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로 했던 근로자 수와 상품 제조·판매 기간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었다. 100% 로봇 자동화 공정과 3D프린터를 활용하는 스마트 팩토리라서 가능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미래 신산업의 가치사슬을 공고히 해야 한다. 예로서 제조업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수를 말하는 '로봇밀집도' 세계 1위(2015년 기준)인 우리나라가 정작 로봇산업은 뒤처져 있다. 로봇에 사용되는 부품과 소프트웨어, 반제품 모듈은 물론 로봇 완제품으로 공장의 공정시스템을 공급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청년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높은 열정을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자 하는 10대 생활SOC 투자분야 즉, 문화·생활체육, 관광인프라, 도시재생, 복지, 안전, 에너지 등의 지역밀착형 일자리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직장과 삶의 균형점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관건은 급변하는 일자리 상황과 시장의 흐름을 이끌 인재양성이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체 혁신역량(8위)에 비해 부족한 창의적 사고(90위), 상호 협력 및 다양성(82위), 기업가 정신(50위)을 강화하는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