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로고.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의회로고.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충북 11개 시·군의회가 의정비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지방의회 의원의 월정수당 결정방식을 자율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월정수당 현실화'를 명분으로 이참에 대폭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는 두툼한 의정비만 보이고 지역경제의 실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보다도 지역주민들의 민생고를 챙겨야할 지방의원들이 엄중한 경제난국에 의정비 인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우리사회를 엄습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저임금인상, 첨예한 미·중 무역 갈등, 자동차산업 도미노 쇼크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은 오늘의 경제현실을 반영한다. 충북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조사에서 충북은 68이라는 저조한 기록을 냈다. 전국 하위권이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역 중소기업은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벌써부터 '구조조정'이라는 살벌한 얘기가 나오고 수많은 일자리가 증발하면서 '고용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들에게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의정비 인상인 듯하다. 충북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는 지난 29일 청주시의회에 모여 의정비 현실화를 위해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5급 공무원(사무관) 20년차' 수준의 임금인상이다. 지방의원들의 뜻대로 의정비를 올리면 11개 시·군의회 인상률은 평균 47.4%나 된다. 괴산군의회 인상률은 62.8%에 달하고 보은·영동·옥천·증평·단양 인상률은 50%를 넘어선다. 2018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2.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원하는 의정비 인상폭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12년 전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한 배경은 효율적인 지방정치의 정착을 위해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한 이후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지방의회가 지역발전에 기여했다고 보는 도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방의원으로서 소명의식 보다는 갑 질을 일삼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의원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2년 전 김진국 서원대 교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유급제 시행이 지방의원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77.6%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

지방의원 유급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다면 의정비를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방의원이라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환경과 피폐해진 경제, 그리고 주민들의 애환을 헤아려야 한다. 인구감소·지역경기 침체·재정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의정비를 50% 이상 올려달라고 한다면 어떤 주민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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