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액상화 이야기
지진과 액상화 이야기
  • 중부매일
  • 승인 2018.10.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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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정원덕 미래과학연구원 자문위원
지진. / 클립아트코리아
지진. / 클립아트코리아

지난달 28일 오후 6시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동갈라 리젠시(군·郡)에선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20분 후 진앙과 80㎞ 거리인 팔루 해안에 약 6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대규모 인명피해로 사망자 수가 10월 7일 현재 1천763명으로 보도되었고, 주민 약 5천명이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러진 지반 때문에 시신 발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지역을 '집단무덤'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17년 11월 포항 일대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여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연기 되는 등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였고, 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도 지진 위험지대로 재확인한 셈이고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약하다고 하나 시민들에게 전해진 체감 공포는 더 확산되었습니다. 경주 지진 당시 발생 깊이는 12~13㎞이었지만 포항 지진은 9㎞에다가 진앙지가 도심과 가까웠다는 점이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도 한반도에 지진에 대해서 기록해놓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총 8천700여 건이 검색되고 이 중 2천59건이 국역되어 있다고 합니다. 조선 27대 왕 중 철종 대를 제외하고 1건 이상 지진 관련 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상도지역이 가장 많지만, 전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지진(Earthquake)이란 지하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단층이 미끌어지면서 그 에너지가 방출되어 땅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지진은 지구내부 어딘가에서 급격한 변동이 생겨 그 힘으로 생긴 파동 즉, 지진파(Seismic wave)가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을 진동시키는 것입니다. 지하는 암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빈 공간을 만들 수 없으므로, 지하의 암석은 구부러지거나(습곡) 절단면 즉, 단층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힘이 가해진 암석이 절단면을 만들거나, 혹은 이미 만들어진 절단면이 다시 움직일 때 파동 에너지가 만들어져 사방으로 전파되는데 이것이 지진입니다. 진동조차 느끼기 힘든 약한 지진부터, 지축을 뒤흔들 만큼 아주 강력한 지진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보통 지진이라고 하면 자연지진만을 생각하지만 인공지진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법률에서도 '지진'이란 '지구내부의 급격한 운동으로 지진파가 지표면까지 도달하여 지반이 흔들리는 자연지진과 핵실험이나 대규모 폭발 등으로 지반이 흔들리는 인공지진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규모'와 '진도'를 혼동하는데,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규모(Magnitude)는 절대적인 세기의 척도이며 지진에너지 측정을 통해 계산됩니다. 흔히 말하는 'M5.8의 지진' 같은 말은 이 규모(M)값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값은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 관점에서 매긴 값인데, 예전에는 찰스 릭터가 1935년에 만든 릭터 규모(리히터 규모)가 쓰였습니다만 요즘은 모먼트 규모라 불리는 신형(1979년산)을 주로 사용하고 약한 지진에 대해서는 릭터 규모가 여전히 쓰입니다. 릭터 규모나 모먼트 규모 모두 수치 1 증가할 때마다 지진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합니다. 즉 2가 증가하면 32배의 32배인 약 1천배가 되는 것입니다. 진도(Intensity scale)는 특정 장소에서 느껴지는 상대적인 세기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관측자인 '자신' 기준이기에 지진이 멀리서 발생하면 제 아무리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도 진도는 약하게 측정됩니다.

지진의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구 내부 에너지입니다. 지구상의 생물들과 대기가 태양에너지를 원천으로 삼아 움직이는 것과 달리, 지진과 화산 등 지각활동은 지구내부에너지를 에너지의 원천으로 합니다. 자연재해로서의 지진의 에너지원은 판구조론에 따른 지표의 움직임입니다. 암석권은 따라서 달걀 껍데기처럼 고체 지구 최외곽을 덮고 있는데, 그 아래 맨틀이 움직이면서 십 수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이 조각들을 판(Plate)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판들은 매일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지진은 매일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진은 일반 사람들은 알아내기 힘들며 그나마 지진계로 측정할 수 있는 값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진은 판들끼리 서로 충돌하며 이루어지는 거대한 지진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직접 지진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형태의 지진 에너지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진은 한 차례 발생할 때 단 한 번 진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층의 응력을 해소하면서 연속적인 작은 지진을 몰고 옵니다. 미래 시점에서,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던 지진들 중 가장 강력한 지진을 본진(Main shock)이라 하며, 본진이 일어나기 전 발생한 초기 지진을 전진(Foreshock), 본진이 일어난 뒤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지진을 여진(Aftershock)이라고 칭합니다. 통상적으로 여진의 발생 횟수는 본진의 규모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땅 속의 지점을 진원(Hypocenter), 진원에서 수직으로 올라오면 도달하는 표면 위 지점을 진앙(Epicenter)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진앙이 영향을 받고 다음으로 진원으로부터 구형으로 뻗어나간 파동이 주변 지표로 전달되는 형상이 됩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파동을 지진파라고 합니다. 지진파는 P파(Primary, 첫째)에서 S파(Secondary, 둘째), L파(Love파), R파(Rayleigh파) 순으로 전달되며, 보통 S파가 도착한 때부터 큰 피해가 일어납니다. P파가 도착한 시점부터 S파가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PS시라고 하며, 이 PS시를 측정해서 진원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피해에서 보듯이 지진의 결과 연약 지반, 간척지, 해안 지역 또는 지하수 등 수맥이 지나가는 진앙 부근에는 액상화(liquefaction)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1985년 멕시코시티 대지진은 액상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연구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멕시코시티는 원래 호수였던 땅을 매립해서 만든 계획도시로, 지층에 수분이 많아 액상화에 굉장히 취약했습니다. 고베 대지진 때도 이 현상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2017년 포항 지진에서도 액상화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지반이 액체 상태처럼 되는 것인데, 특히 수분을 다수 머금고 있는 토양이나 지하수가 풍부한 지층의 경우 지진 시 그 수압이 급격히 높아져 흙탕물이 분출하게 되며, 물에 돌이 가라앉는 것처럼 지반은 상대적으로 침하합니다. 그냥 물이 솟아나는 신기한 현상이 아니라, 심각한 경우 지반이 물침대처럼 출렁거리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액상화는 지진성 재난 중 가장 무서운 현상입니다. 진앙 부근의 땅이 물처럼 유동적으로 변하여 지층이 이동하며, 수직적 진동을 일으켜 건물, 도로 기타 사회기반시설을 초토화합니다. 특히 지하 매설된 수도관, 가스관, 송전선, 통신망 같은 공급시설이 파괴되기 쉽습니다. 일본에서 전선을 매립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전봇대와 송전탑을 덕지덕지 세우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위에 물침대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건물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원덕 미래과학연구원 자문위원.<br>
정원덕 미래과학연구원 자문위원.

지진발생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최대한 빠르게 지진 소식을 알리는 것입니다. 지진발생 사실을 3초 일찍 알게 되면 부상자의 70%가 줄고 5초 일찍 알게 되면 사망자의 70%가 줄어든다는 일본의 연구결과입니다. 일본 '도쿄방재' 대처요령은 건물 내에서는 책상, 테이블 등의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보호해야 하고, 대피 시에는 갇히거나 추락할 위험 때문에 머리를 보호한 채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하고 아무리 높은 건물이라도 절대로 승강기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미래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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